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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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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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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6쪽 | 356g | 136*196*20mm
ISBN13 9788937479946
ISBN10 89374799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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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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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당신은 오늘을 더 뜨겁게 살기로 결심하고 사직서에 서명을 할 것이다. 또는 내 삶의 혁명기가 아직은 도래하지 않았음을 깨달라 조용히 사표를 찢어 버리고 출근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 --- p.31

울분이 치솟을 때 시간을 두고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좋은 책이 뭘까 생각해 본다.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이자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바로 떠오른다. 이 웅장한 고대 그리스 서사시는 한 사내의 울분으로 시작해서 울분으로 끝나는 전쟁문학이다.
‘약점’을 상징하는 아킬레스건으로 더 널리 알려진 영웅 아킬레우스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다. 제우스를 능가할 아이라는 신탁 때문에 나자마자 신의 타깃이 된 아들을 보호하려고 엄마인 님프 테티스는 신생아를 스틱스강에 담갔다 꺼내 불사신을 만든다. 하지만 손으로 잡고 있던 발목만은 지하수 코팅이 입혀지지 않는 바람에 결국 발목에 화살을 맞고 죽는다. --- p.22

이 비정한 가족 드라마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는 무엇인가. 제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자는 해충이다. 사사로운 사정이 어떠하든 모름지기 사회의 일원이라면 노동을 해야 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 이렇게만 보면 『변신』은 그야말로 최악의 공포소설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레고르는 왜 ‘변신’을 했나? --- p.29

나를 오래 봐 온 친구가 진심으로 해 준 조언이 있다. “너는 입 다물고 있을 때가 제일 무서우니까 싸울 일이 있으면 최대한 말을 하지 마.” 응, 그래…… 그런데 언제까지 묻어 두고 있어야 하는 걸까? 포식자가 되지 못하는 인간에게 싸움은 인생의 크나큰 시련이다. 그래서 자꾸만 음지에서 싸움의 기술을 연구하게 된다.
병법의 바이블이라 일컬어지는 『손자병법』의 핵심은 ‘승자는 이기는 싸움을 한다’는 거다. 이길 수 있는 묘수를 마련한 뒤에 싸움에 임한다는 건데, 그렇게까지 치밀하지도 집요하지도 못한다면 결과는? 막무가내로 덤벼 봤자 넌 진다. 아니면 지는 것보다 못한 선택을 하게 되거나. --- p.134

『마담 보바리』는 욕망의 내면을 정밀하게 묘사한 탁월한 연애 소설이지만, 금융과 소비 심리에 관한 준엄한 가르침을 주는 경제 소설이기도 하다. 빚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엠마의 연애는 악순환의 롤러코스터다. 빚은 합리적 사고를 마비시켜 욕망에 더 쉽게 굴복하게 만들고, 욕망은 충동적 소비를 낳는다. --- p.34

『필경사 바틀비』는 누구에게 감정 이입하느냐에 따라 용암과 빙산처럼 다른 온도로 읽히는 소설이다. 말단 사원을 뽑아 놨더니 시키는 일마다 안 하고 싶다며 뻗대면 얼마나 부아가 치밀까. ‘안 하고 싶다’며 퇴근도 안 하고, ‘안 하고 싶어’서 다른 직원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해고를 했더니 퇴사를 ‘안 하고 싶으니까’ 사무실을 무단 점거하고 있으면?
--- p.7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에세이 중 가장 유쾌한 책. 이런 실례는 대환영입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고, 예리한 시선에 자극 받고, 유머 감각에 감탄하고, 책에 대한 애정에 감동한다. 제목만 들어도 어깨가 움츠러드는 무거운 고전들을 이토록 즐겁게 소개할 수 있다니. 책을 읽는 방식, 책을 집어 들어야 하는 순간에 대해 신선한 통찰도 준다. 그래, 통장 잔고가 바닥일 때 『보바리 부인』을 읽고, 남 욕하고 싶을 때 『인간 실격』을 읽는 거다. 독서가들이라면 “그 책을 이렇게 읽으셨다고요?” 하고 저자를 찾아 화기애애한 책 수다를 한바탕 떨고 싶어질 듯도 싶다.
- 장강명 (소설가)
이 책은 페이지 바깥으로 확산하는 색인들로 가득하다. 당신에게 꼭 필요한 운명적 책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예상치 못한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로 기능한다. 만나야만 할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책에 대한 책’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읽을 때 우리 안에서 찬란한 빛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고하게 믿는 사람만이 이런 책을 쓸 수 있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은 에세이의 행간에 그 신뢰가 고농도로 흐른다. 저도 여전히 책의 힘을 믿습니다, 손등에 손바닥을 얹은 채 토로하고 싶어진다.
- 정세랑 (소설가)
가끔 아주 친근한 일상의 사유로 고전을 소개하며 흥미를 유발시키는 모더레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왜냐하면 결국 내가 흔들리고 부유하며 절망하거나 행복하다고 착각할 때 나의 심장에게 낮은 목소리로 살포시 “잠시만 우리 생각이란 걸 해 볼까?”라고 말을 건네줬던 것은 멋지게 살아온 멘토나 선배나 선생님이 아니라 고전 문학의 어떤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삭임이 여전히 나를 전진하게 만들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저자 이수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 이유가 그것이다. 삶의 어떤 지점을 함께 관통하게 만들 최고의 동지인 고전 문학을 일상의 언어와 자신의 기억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읽었던 책이건 혹은 아직 이름만 알고 있던 책이건 그녀의 소개를 벗 삼아 이 환란과 역병의 시대를 견디고 버틸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길 바란다. 내가 바로 지금 그녀의 도움으로 마음에 각인될 어떤 문장들을 읽고 있듯이.
- 변영주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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