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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서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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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 상응 시리즈-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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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556g | 132*225*30mm
ISBN13 9791189433130
ISBN10 118943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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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인생의 여로를 아직 반도 지나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숨이 차니 자네 앞에서 부끄럽기도 하고 스스로도 한심하다 싶지만, 이 또한 misanthropic 병이니 어쩔 도리가 없군. … 욕망의 바다에는 파도가 험해 언제 기슭에 가닿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 그만두자, 그만두자, 눈멀고, 귀먹고, 육체는 재가 되어버려라. 나는 무미, 무취의 기묘한 것이 되어…
--- 「1890년 8월 9일, 마사오카 시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나 한번 굴러 원숭이 되고 나 또 한번 굴러 신이 되리. 나의 지나온 30년이 미간에 새겨져 있으니, 거울 속 내가 어찌 나를 속일 수 있으랴. 원숭이의 동족인지 신의 친척인지는 모름지기 스스로 얼굴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가늠하는 것이 제일이라. 나는 내 부모의 묘비명이고 내 자식은 내 전기의 초록抄錄일지니. 인간의 얼굴을 하고 두 발이 달린 말은 진선미眞善美를 태우고 무한한 공간을 달린다. 내가 달리지 않으면 그들은 나를 떠나 잘 달리는 다른 말을 찾으리라.
--- 「1897년 1월 (날짜 불명) 마사오카 시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그러고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동네 산책을 나간다. 거리에 나가 마주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키가 아주 크다. 거기다 귀염성이라곤 없는 면면들뿐. 이런 나라에서는 사람 신장에 세금이라도 매겨야 조금 더 검소한 작은 동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 맞은편에서 유독 키 작은 녀석이 온다. 잘됐군, 생각하며 스쳐 지나는데 나보다 5센티는 크다. 이번에는 얼굴색 묘한 웬 난쟁이가 다가오는가 싶었는데, 웬걸, 이 몸의 그림자가 거울에 비친 것이었다.
--- 「1901년 4월 20일, 마사오카 시키·다카하마 교시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백년 후 박사 수백은 흙이 되고 교수 수천은 진흙이 되어 사라질 걸세. 나는 백대까지 내 글을 전하고자 하는 야심가라네. … 나는 1년, 2년, 혹은 10년, 20년 사이의 평판이나 광명, 악평이 전혀 두렵지 않다네. 왜냐하면 나는 가장 찬란한 미래를 상상하기 때문일세. 그들을 안중에 둘 만큼 소심한 사람이 아니네. 그들에게 내 본모습을 보여줄 만큼 멍청한 사람도 아니고, 그들에게 정체를 간파당할 만큼 얕은 사람도 아니지. 나는 주위의 칭찬을 구하지 않고 천하의 신앙을 구한다네. 천하의 신앙을 구하지 않고 후세의 숭배를 기대하지. 이런 희망을 가질 때 나는 비로소 나의 위대함을 느낀다네. 자네도 나와 같은 사람일세. 자네의 위대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될 때 이런 인과는 화로 위 눈처럼 녹아 사라질 걸세. 부디 힘쓰시길 바라네.
사람이 진보하겠다는 신념을 품고 행동할 때 그 귀함은 신을 초월하고, 그때 비로소 천지를 뒤덮을 자아를 깨닫게 된다네. 이건 천자님의 위광으로도 얻지 못하는 것이지.
--- 「1906년 10월 21일, 모리타 소헤이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저는 다만 홀로 갈 데까지 가다가 이윽고 도달한 곳에서 쓰러질 겁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아무런 느낌이 없지요.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분명치 않아요. 나의 삶은 하늘에서 부여한 것인데, 그 삶의 의의를 절절히 음미하지 않는 건 아까운 일입니다. … 하늘이 부여한 목숨을 있는 힘껏 이용해서 스스로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지 않는다면 천의를 헛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결심하고 그렇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 「1906년 10월 23일, 가노 고키치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단순히 미적이기만 한 글은 옛 학자가 혹평했듯 그저 한문자閑文字에 지나지 않는다네. 하이쿠는 이 한문자 속을 소요하며 기뻐하고 있지. 하지만 그렇게 작은 세계에서 뒹굴면서는 이 크나큰 세상을 조금도 바꿀 수 없어. 게다가 크게 바꾸어야 할 적이 사방 가득 있다네. 문학을 생명과 같이 여기는 자라면 단순히 아름다움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터. … 잘못되었을 때 신경 쇠약에 걸리든 미치광이가 되든 감옥에 갇히든 개의치 않겠다는 각오 없이는 문학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네. 문학자는 태평하고 초연하고 아름답게 세간과 동떨어진 작은 세계에만 머무른다면 모를까, 넓은 세계로 나온 이상 단지 유쾌함을 얻기 위함이라는 둥 그런 말이나 하고 있어서는 안 되네. 자진해서 고통을 찾아 나서기 위함이 아니면 안 되는 걸세.
--- 「1906년 10월 26일, 스즈키 미에키치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듭니다. 그리고 하늘과 땅, 풀과 나무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특히 요즈음 봄볕은 더할 나위 없이 좋더군요. 저는 그런 것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 「1914년 3월 29일, 쓰다 세이후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오늘부터 매미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곧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저는 이 긴 편지를 까닭 없이 씁니다. 한없이 이어져 저물 줄 모르는 긴긴 하루의 증거로서 씁니다. 그런 기분에 잠긴 저를 두 사람에게 소개하기 위해 씁니다. 또한 그 기분을 스스로 음미해보기 위해 씁니다. 해는 깁니다. 사위는 매미 소리에 파묻혔습니다. 이상.
--- 「1916년 8월 21일, 구메 마사오·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서두르면 안 됩니다. 머리를 너무 괴롭혀서도 안 됩니다.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세상은 끈기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지만 불꽃 앞에서는 짤막한 기억밖에 허락하지 않습니다. 끙끙대며 죽을 때까지 밀어야 합니다. 그뿐입니다. 절대 상대를 만들어서 밀면 안 됩니다. 상대는 끝도 없이 나타나 우리를 괴롭히는 법이니. 소는 초연히 밀고 갑니다. 무엇을 미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답해드리지요. 인간을 미는 겁니다. 문사文士를 미는 것이 아닙니다.
--- 「1916년 8월 24일, 구메 마사오·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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