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의 노숙인은 어떠한 사람들인가? 일반적으로 노숙인은 노숙인 가족, 청년 노숙인, 단신 성인 노숙인의 세 개의 집단으로 구분된다. 대체로 젊은 엄마와 어린 아동으로 이루어진 노숙인 가족이나 20대 전반까지의 연령대로 이루어진 청년 노숙인은 주로 미국에서 발견되고 유럽 등지에서는 비교적 드물게 나타난다. 단신 성인 노숙인은 주로 50대 이전의 남성으로서 청장년층이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서구 국가에서 발견되는 노숙인의 대다수를 차지한다(Toro, 2007). 한국과 일본의 경우 노숙인 가족이 드물고 단신 성인 노숙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다르고 다른 서구 국가들과 유사하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노숙인 중에 단신 성인 노숙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고 이들은 주로 중고령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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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어느 사회든 노숙인은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높고 사망의 원인도 다르다. 한국에서 노숙인의 사망실태를 가장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은 주영수의 연구이다(주영수, 2011). 그는 노숙인시설 입소자의 등록자료와 통계청 사망자료를 이용하여 노숙인의 사망을 분석하였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23,002명의 노숙인 중 사망자는 2,966명(12.9%)으로 나타났다. 남성 노숙인 22,148명 중 2,923명이 사망하였고, 여성 노숙인 854명 중에서는 43명이 사망하였다. 사망률을 표준화시켜서 남성 일반인구 집단과 비교하면 사망비(mortality rate ratio)가 최소 1.5배에서 최대 3.2배까지 높다. 또한 생존율을 기준으로 하면, 노숙생활 시작 7년 후에는 전체 남성 노숙인의 90%만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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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기센터》는 ?인문학과정?과 ?시민연극 프로그램? 등 학습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초로 한 비형식 교육프로그램 또한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과정?은 문학, 철학, 예술사, 한국사, 글쓰기 등 1년 2학기 과정의 인문교양교육프로그램으로 2005년에 시작되어 2014년 9월 현재 9기가 운영되고 있다. ?시민연극 프로그램?은 교육연극단체인 《프락시스》가 《다시서기센터》와 함께 2011년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으로, 노숙인이 직접 참여하는 연극 작품을 매년 상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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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임시보호시설과 부랑인 시설을 제외하면, 일본처럼 법적 근거를 가진 공공복지체계를 이용해서 장기적인 주거시설을 제공하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복귀를 돕는 실효성 있는 주거지원 사업을 꼽으라면 매입임대주택 지원사업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노숙인에게 공급되는 양을 따져보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매입임대주택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전국의 57개 운영기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이미 노숙인 자활시설이나 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관 혹은 지역자활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종교법인 내지 사회복지법인들이다. 5~6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소규모 비영리 법인이나 개인 혹은 소그룹들이 노숙인 지원활동의 주축을 이루는 일본과 매우 대조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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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양국의 법률 모두에서 지원 대상에 대한 일종의 자격과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사회의 양가적 시선을 반영한다. 일본의 경우 90년대 후반에 들어 이른바 ‘새로운 노숙인’(Guzewicz, 1996; Ezawa, 2002)이 발견되면서 빈곤계층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소 우호적으로 변하기는 하였지만, 홈리스라고 하면 여전히 요세바의 건설일용노동자들을 떠올렸고, 실제 여러 실태조사에서도 홈리스의 상당수가 일용노동자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홈리스에 대한 기본인식은 “지원받을 자격이 없는, 노동 가능한 빈민”(Kennett & Iwata, 2003: 69)이었다. 한국의 경우에도 노숙인 문제가 가시화된 초기에는 이들에 대한 동정적 시각이 우세하였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겼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숙인 문제도 더 이상은 극명한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음에 따라 시각도 부정적으로 변하였다. 즉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동정적 시각이 법률의 제정으로 이어졌지만, 실제 법조문에서, 또 시행 과정에서는 여전히 이들을 하나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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