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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단팥죽 (결정판)

부부단팥죽 (결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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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44g | 128*188*30mm
ISBN13 9791160870718
ISBN10 11608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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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카이에 두 채, 센니치마에에 한 채, 도톤보리 나카자 극장 맞은편과 아이아우 다리 동쪽 가에 각각 한 채씩, 총 다섯 채의 이즈모야 가게 중 장어덮밥이 제일 맛있는 건 아이아우 다리 동쪽 가야, 밥에 듬뿍 배어든 육수의 풍미가 “무엇보다도 술맛을 훌륭히 돋우지.” 하고 후루룩 깨끗이 비워 먹고 사이좋게 배가 불룩해진 뒤 호젠사의 ‘가케쓰’에 하루단지의 만담을 들으러 가서 함께 껄껄 웃으며 맞잡은 손이 땀에 젖어 있었다.
---「부부단팥죽」중에서

그날 밤은 역시나 집을 비우지 않았지만 다음 날 초코가 숨겨둔 저금통장을 전부 인출하여 지난밤의 답례라며 친구를 불러내 난바 신개척지에 빠져들어 이틀 동안 모조리 다 써버린 뒤 넋이 나간 남자처럼 구로몬 시장 뒷골목 연립주택으로 터벅터벅 돌아왔다. “돌아오는 건 잘도 안 까먹었네.” 그렇게 말하더니 초코는 목을 조르며 들이받고서 어깨를 두들길 때 요령 그대로 머리를 퍽퍽 때려댔다. “아이고, 아줌마 무슨 일이야, 무턱대고 왜 이래.” 하지만 저항할 힘도 없는 듯했다. 숙취로 머리가 날뛰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 신음하는 류키치의 머리를 철썩 때리고는 괜스레 바깥으로 나왔다.
---「부부단팥죽」중에서

바둑판 같은 다다미 바닥에 걸터앉아 후룩후룩 높은 소리를 내며 홀짝대면서 류키치가 말했다. “여, 여, 여기 단팥죽이 왜 두, 두, 두 그릇씩 가져오는 건지 알아? 모를 거야. 여긴 옛날에 무슨 다유 조루리 선생께서 연 가게야, 한 그릇 가득 따라주는 것보다 조금씩 두 그릇으로 나누는 쪽이 더 많이 든 것처럼 보이잖아,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해낸 거야.” 초코는 “혼자보다 부부인 쪽이 낫다는 거겠지.” 척하고 옷깃을 들어 올리더니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초코는 부쩍 살이 쪄서 그곳 방석이 꽁무니를 내뺄 정도였다.
---「부부단팥죽」중에서

요도 경마장에 다닌 지 열흘 정도가 지나, 결국 다시 마권을 사고 있으며 그 자금은 먹고사는 게 힘들다며 눈물로 호소하여 우메다 신작로에서 빌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도 내 얼굴에 먹칠을 하는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해줬네.” 초코는 그 한마디를 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만큼 어쩐지 응징은 무섭도록 괴로웠다. 류키치는 히―히― 우는 소리를 내며 버선을 벗은 채로 도망갔다. 기모노 앞이 벌어진 채 칠칠치 못한 꼴로 전찻길을 가로질러 가는 류키치의 모습을 이층 창을 통해 잠시 바라보다가 초코는 울며 쓰러졌다.
---「부부단팥죽 속편」중에서

징이 울리자 초코는 “아 깜빡했다. 주인 어르신께 드릴 기념품을 사려 했는데, 깜빡했어.” 하고 갑자기 부두를 뛰쳐나가더니 곧바로 헉헉거리며 유자 양갱 꾸러미를 들고 분주히 돌아왔다. 비만인 몸을 가로저으며 새빨개진 얼굴로 허둥지둥 뛰어오는 초코의 모습을 보며 신이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맛있는 거 잔뜩 먹고 몸 좋아져야 한다.”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초코가 말했다. 배웅하는 사람들도, 갑판 위의 사람들도 그 말이 재밌다며 웃음 지었다.
---「부부단팥죽 속편」중에서

일부러 오 년 전 벳푸에 왔을 때와 똑같은 배를 골라서 올라타자 승무원은 “함께 오사카로 가시는 겁니까? 두 분은 항상 사이가 좋으시네요.” 하고 놀려댔다. 초코는 “무슨 말이세요. 늘 싸우기만 하는걸요. 하지만 저기 있잖아, 우리 집은 내가 말띠, 아저씨도 말이거든요. 역시 말을 잘 만난 거죠.” 하고 기쁜 듯이 말했다. 류키치는 쉰하나, 초코는 서른아홉, 띠를 돌아 딱 열두 살 차이가 나는 부부였다.
---「부부단팥죽 속편」중에서

돌아오는 길, 조용히 땅거미가 지는 구치나와 고개의 돌계단을 내려가는데 아래에서 올라오던 소년이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깡충깡충 지나가 버렸다. 신문을 움켜 안은 신이었다. 그 후 나는 신이 신문 배달을 마치고 지친 발걸음으로 명곡당에 돌아오는 것을 몇 번인가 목격했지만 언제 보아도 신은 말 없이 유리문을 밀고 들어와 그대로 아버지에게도 말을 걸지 않고 안으로 살금살금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레코드를 듣고 있는 내가 신경 쓰여 소리를 내지 않는 건지, 원래부터 말수가 없는 듯했다. 눈썹은 연하지만 생김새는 오밀조밀하니 말끔하게 생겼고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다리는 여자아이처럼 새하얬다. 신이 돌아오면 나는 언제나 레코드를 멈추고서 주인이 안방에 있는 신에게 목욕하고 오라든가, 과자가 배급되었으니 먹으라든가 하고 말을 걸 틈을 만들어주곤 했다. 안에서는 응 하는 한마디 대답뿐이었지만 부자의 애정이 오가는 그 따뜻함에 나는 달콤하게 취했고 그것은 음악 이상이었다.
---「나무의 도시」중에서

다음 날부터 나라오는 무슨 생각인지 『장기의 정석』이라는 책을 탐독했다. 저자인 팔단은 『운세조견서』에 따르면 육백금성으로 중년이 지나고 나서 삼단이 된 대기만성 기사라고 한다. 나라오는 그 책을 학교에서 읽고, 전차 안에서 읽고, 집에서 읽고, 기억하기 힘든 정석은 카드로 만들어 외웠다. 삼 개월이 걸려 겨우 다 외운 즈음, 여름 방학이 되어 슈이치가 머리를 기르고 돌아오자 나라오는 서둘러 장기판을 들고 왔지만 장군도 외치지 못한 채 간단하게 지고 말아, 아아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 하고 얼굴이 핼쑥해졌다.
---「육백금성」중에서

히사에도 히사에지만 유키에도 유키에라 히사에의 눈물을 보자 자신도 함께 울며 나라오 씨의 행복을 위해 물러서겠습니다 하고 약속했다고 한다. “바보 멍청아!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그런 약속을 하는 게 어딨어.” 하고 나라오는 호통을 치며 『운세조견서』의 육백금성 대문을 보여주며, “난 일단 이렇게 결심한 건 어떻게 해서든 해내는 남자야. 헤어지겠냐? 너도 각오해.”
---「육백금성」중에서

“다음에 가게로 오면 한번 같이 자요.” 하고 어깨를 힘껏 밀며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말했다. 신사이바시 일대까지 와서 헤어졌는데 요령 좋게 인파 속을 밀어 헤치며 걸어가는 마담의 포동포동하게 살찐 헐벗은 등으로 한여름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것을 보며 다음에 ‘다이스’에 가는 건 위험하겠다고 중얼거린 순간 마담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지만 화려한 색안경을 쓴 그녀의 얼굴엔 어쩐지 풀이 죽어 쓸쓸해 보이는 그늘이 드리워져 나 또한 풀이 죽었다.
---「세태」중에서

당연히 그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나는 불쑥 시즈코의 가슴을 밀어냈지만 곧바로 다시 울먹이며 흥분한 얼굴로 끌어안았고, 그리고서 측간에 서서 나는 경련이 이는 듯한 내 얼굴을 거울로 엿보며, 괜찮아, 괜찮아, 저런 여자를 어쩌란 거야 하고 중얼거리며 멀리 호즈강의 강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세태」중에서

방랑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나 자신은 처녀작 시절부터 방랑, 오직 그 한 색깔로 온갖 작품을 죄다 칠해왔지만, 생각해보면 나에게 있어 인생이란 유동하는 것이며, 웅덩이 물레방아가 되풀이하듯 되풀이되는 슬픔을 인간상으로 바라보며 그 인간상을 되풀이하고 되풀이하여 계속 써온 나 또한 웅덩이 물레방아처럼 슬픈 모습을 하고 있었다. 떠돌고 떠돌며 객지의 숙소를 전전하는 모습을 쓰는 순간만이 내 문장이 생생해지는 순간이고, 체계나 사상을 갖추지 않은 내 감수성을 유일한 곳에 침잠시킴으로써 상처로부터 보호받으려 한 그 주마등 같은 시간과 장소들의 어지러운 변화만이 어느 바보의 한결같은 목표였다.
---「세태」중에서

그리고 오늘 이 돈을 전부 날려버리면 자신 또한 가즈요와의 추억과 함께 죽는 수밖에 없다며 쓸쓸히 경마장에 들어선 순간, 우중충하게 흐린 하늘처럼 어두운 데라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번뜩인 것은 죽여버린 게 분명했던 가즈요와의 추억이었다. 여자보다 짜릿하다는 경마의 매력으로 빠져드는 느낌도 아니었다. 이 마지막 하루에 되찾지 못하면 파멸이란 느낌도 아니었다. 가즈요라는 추억과 함께 왔다는 것 말고는 다른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격렬한 추억이란 오랜만에 되살아난 격렬한 질투였던 건지, 멍한 데라다의 표정 가운데 눈빛만이 덤벼들 것처럼 번쩍거리고 있었다.
---「경마」중에서

다시 계단을 올라가며 신키치는 인간을 향한 향수에 마비되어 넋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세태’라든가 하는 말은 인간이 인간을 잊기 위해 만들어낸 편리한 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인간을 쓰려 하지 않고 ‘세태’를 쓰려 했던 건지, 신키치는 격렬한 후회를 느끼며, 하지만 문득 길 이 열린 듯한 밝은 마음을 뒤흔들며 이윽고 돌아가는 전차에 몸이 흔들리곤 했다.
---「향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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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기세로 글을 써대던 남자. 이런 이가 이러한 오늘날 시대, 더더욱 많을 게 당연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생각외로 눈에 띄지 않는다. 정말 시답지 않은 시대이다. 오다 군! 자네는 훌륭했다.”
- 다자이 오사무 (太宰治, 소설가)
“서민에게 쏟는 애틋한 사랑과 깊은 근심으로서 그야말로 고독한 영혼이 이 세상의 원통한 이들에게 보내는 (스스로 남 일 같지 않은) 깊은 배려와 절절한 눈물과 공감이 있다.”
- 우노 고지 (宇野浩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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