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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의 암소
중고도서

시칠리아의 암소

: 한줌의 부도덕

진중권 | 다우 | 2000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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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8쪽 | 423g | 153*224*20mm
ISBN13 9788988964071
ISBN10 898896407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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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프랑스의 속담에 따르면 '스타일, 그것은 인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다양한만큼 글쓰기의 스타일도 다양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가끔 내 원고도 삭제를 당한다. 대개 스타일의 문제 때문이다... 어떤이에게 내 글의 스타일은 '점잖지 못'하고, 어떤이에게는 '애정이 결여'되어 있으며, 어떤이에게는 '예의가 없'고, 어떤이들에겐 '왠지 불편하게'만드는 글이다. 물론 내게 그들의 글쓰기는 하품이 나지만, 나는 이 주관적 취향을 그들의 논리를 반박하는 논거로 삼지는 않는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포스트모던의 미학은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의 감상의 미학이 아니다. 푸꼬의 표현을 빌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존재미학'이다. 그것은 학적 작업과 예술창작의 '차이'를 없애버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예술작품의 체험에서 얻어지는 섬세한 미적 지각으로써 세계 속에 발생하는 개별사건들의 구체적이고 다양하고 우연한 모습을 그 현상학적 질 속에서 포착하라는 지극히 유물론적인 요구다.
--- p.257
최근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바라보며 나는 별자리를 생각한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깜깜한 사회. 거기에서 갖가지 이름의 별들이 서로 연결되더니 별자리를 만들어낸다. 까만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별자리. 나는 거기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인 결사체. 그것은 별자리를 닮았다. 시민연대는 총선이 끝나면 별자리를 해체하고 다시 별들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다가 일이 생기면 따로따로 빛나던 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또다시 새 별자리를 짜고, 그러다가 또 흩어지고...

나는 우리 사회가 이런 식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시민들이여, 어둠에 묻혀 빛을 잃지 말라. 세속의 어둠을 배경으로 외로이 빛나다가 때로는 다른 별들과 합쳐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가 되자.
--- p.64
진중권이 말하는 진중권

읽기와 쓰기. 책을 읽으며 오르가즘을 느끼고 글을 쓰며 사정을 한다. 도색화 속의 거대한 물건이 기를 죽이듯이 어떤 저자들은 내게 무한한 열등의식을 주고, 사정 후에도 때로 허탈감을 느끼듯이 책을 쓰고 그 빈약한 생식의 결과에 절망을 하기도 한다. 돈을 위해 섹스를 하는 사람이 있듯이 먹고살려고 책을 쓰는 사람도 있다. 에로배우도 오르가즘을 느끼고 사정을 하고, 돈을 위해 책을 쓰는 사람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쓴다.
--- p.저자소개
지극히 주관적인 스타일이 포착한 내용도 보편적이며 사회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말하자면 세계를 바라보는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이 동시에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주관성과 보편성의 이 모순적 결합이 바로 미적 판단의 고유한 특징이다. 거기에 또한 미적 판단의 인식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스타일은 곧 사람이다. 스타일의 독재는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만들어버린다.

보편에 대한 이 개별의 기여를 막아버린다. 미셸 푸코는 자기를 배려할 줄 알았던 고대인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가운데 그들이 글쓰기를 존재미학의 수단으로 삼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글쓰기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미적, 윤리적으로 조직하는 존재미학의 수단이다. 나 역시 내 글쓰기를 그렇게 이해한다.
--- 머리말 중에서
전체를 지배하는 하나의 시각이 있고, 이 시각이 위치를 표시하는 소실점 위에서 모든 선이 수렴한다. 하지만 세잔느가 지적했듯이 인간의 눈은 죽은 카메라의 눈이 아니다. 우리의 눈동자는 쉬지않고 움직이며 세계의 표면을 바지런히 돌아다닌다. 눈은 눈 앞의 세계가 마침내 원근법에 따라 배열될 때까지 가만히 멈추어 서 있지 않는다. 그것은 사물의 표면 위를 쉴 새 없이 움직여 다니며 시각적 파편들을 생산해 낸다. 몸을 가지고 움직이는 인간의 사유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 들어가는 말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인 결사체. 그것은 별자리를 닮았다. 난 거기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시민들이여, 세속의 어둠을 배경으로 외로이 빛나다가도 다른 별들과 합쳐져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가 되자.
--- p.62
이문열과 젖소부인의 관계는?

'끊임없이 나도는 음모설(陰謀說)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정부나 여당이 총선연대의 조직과 활동에 개입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시민단체의 선의(善意)를 의심할 근거도 없다 (...) 그런데도 총선연대 시민단체의 활동을 보면 자꾸 홍위병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활동이 이제 시작이며, 정말로 중요한 전개와 변화는 앞날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소설가 이문열이 바로 이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음모론. 한 정당의 대변인을 졸지에 코메디계의 황제로 등극시켰던 이 조잡한 얘기가 그의 말대로 항간에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왜 그럴까? 나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그것을 정말로 믿어서 주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마 한 나라를 이끌어나가시는 분들이 그 정도로 머리가 나쁘겠는가? 거기엔 아마 다른 이유가 있을 게다. 즉 거짓말도 참말과 똑같은, 아니 때로는 그것보다 더 큰 정치적 효과를 내기 때문일 게다. 게다
가 히틀러의 말대로 '대중들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잘 속는 법이다.'

<에로영화 스타 젖소 부인과 소설가 이문열의 관계는?> 이런 제목의 기사는 대중을 즐겁게 해준다. 설사 그 기사가 '아무 관계도 없다'는 허탈한 내용을 담을지라도 말이다. 혹시 이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경우에는 표현을 슬쩍 바꾸면 된다. 가령 이렇게. 젖소부인과 이문열 사이에 내연의 관계가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즉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관계다.' 이건 나찌 선전상 괴벨스가 즐겨 사용하던 어법이다.

어쨌든 아무 '증거'나 '근거'도 없이 이문열은 과감하게도 총선연대를 중국 문혁기의 '홍위병'에 비유한다. 고약한 상상력이다. 총선연대의 활동의 근거는 국민주권을 명시한 우리 헌법의 참정권 보장 조항에 있다. 참여민주주의가 대의제와 함께 민주주의 문화의 또 하나의 기둥이라는 것은 현대의 상식이다. 그리고 이 상식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천되고 있다. 그런데 왜 그의 상상력은 총선연대의 이미지를 찾아 민주국가가 아니라 기껏 문혁기의 중국으로 달려가는 걸까? 어쨌든 이렇게 민주주의를 볼셰비즘과 동일시하는 것도 이미 히틀러가 한번 써먹었던 수법이다.

'증거'도 '근거'도 없기에 '총선연대=홍위병'이라는 등식을 만들기 위해 그는 미래로 날아가야 했다. 즉 '총선연대는 앞으로 홍위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조심하라.' 말이야 맞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총선연대는 '홍위병'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조직폭력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총선연대는 아직 홍위병이 되어 보지도 못한 채 벌써부터 그 섬뜩한 이미지를 뒤집어쓰게 된다. 이데올로기는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법이다. 자, 이제 그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자. 아무쪼록 그의 언어폭력에 속수무책으로 얻어맞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한지 몸소 깨닫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문열씨는 지금은 존경받는 소설가이지만 앞으로는 모 정당의 대변인이 되거나 그 당의 공천을 받을 수도 있다. 끊임없이 나도는 야합설에도 불구하고 물론 현재까지 이런 발언을 하는 이문열씨가 정치권 일각의 사주를 받았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그의 선의를 의심할 근거도 없다. 그런데도 그의 행각을 보면 자꾸 나찌 친위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의 활동이 이제 시작이며, 정말로 중요한 전개와 변화는 앞날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 p.54-55
이 친구를 만나면 자주 듣는 얘기의 유형이 있다. 그 중의 하나. '지난달에 어떤 할아버지가 돈을 좀 꾸어달래서 꾸어드렸거든.' '얼마나?' '4천마르크(250만원 정도)' '그런데?' '근데, 그 할아버지가 어제 돌아가셨어.' 어이구, 이 등신 담보라도 잡아놓지. 혹은 이런 얘기. '우리 동네에 애들 데리고 혼자사는 태국여자가 있거든.' '그래서?' '보기 딱해서 매달 얼마씩 생활비를 줬거든.' '그런데?' '그 돈 갖고 노름하다가 다 날렸대'

매사가 이런 식이다 그런데도 이 삭막한 자본주의 속에서 생존하는 게 이상하다. 라마산은 기적이다. 어수룩한 '인간적 면모'를 보존하고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즐거운 별종이다. 이러다 보니 그 나이가 되도록 아직 장가를 못가고있지만. 라마산의 동네에는 한국전 참전 용사가 산다고 하다. 그 촌동네에서 그 머나먼 동방의 나라를 구경하는 것은 아프리카 탐험 못지않은 모험이어서 그분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되도록 아직 '까레(한국)'라고 불린다고 했다.

얼마전 그분이 전화가 왔는데 그분이 돌아가셨단다. 이제 라마산의 동네에 '까레'를 기억할 사람이 없어졌다. 다만 그 동네에 나와 비슷하게 생긴 젊은이가 있어 라마산은 그를 '중권'이라 부르고있다. 최근에 장가를 갔다고하기에 아직 본적도 없는 또하나의 중권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 p.225 ---라마산으로부터 온 편지 중에서
우익과 자유주의의 밀월. 국가주의와 이기주의의 기괴한 결합. 남을 고려하지 않는 천박한 이기주의+혈연, 학연, 지연의 마이크로 집단이기주의+이 늑대들의 정체성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국가주의'라는 매크로 집단주의. 이 국가주의적 천민자본주의. 이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이기적 개인들은 제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기껏 크고 작은 잡다한 집단에 파묻히는 것으로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 p.94
어쨌든 그의 글을 대상으로 뽑은 심사위원은 인터뷰를 거부한 그의 결단을 글자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그에게 격려를 해주었다고 한다. 어린 사람이 벌써부터 타협하는 법을 배우면 안 된다고. 나 역시 그런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고 싶지만, 내가 그 동안 저질러놓은 죄가 있어 그저 가명으로 그에게 칭찬을 보냈을 뿐이다. 그의 인터뷰 거부 사건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일개 고등학생이 자기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유혹을 거부하는데, 배울 만큼 배운 우리의 지식인들은 이제까지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
--- p.156-157
'사회에 대해 지나치게 래디컬한 비판은 결국 실천적 보수주의를 강화한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그 거대한 형이상학적 규모 앞에서 현실 속에 존재하는 조그만 차이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닌 것이다. 가령 소위 탈근대의 관점에서 보면 스탈린 체제나, 히틀러 체제나, 미국식 자본주의나, 유럽식 사회주의나, 모두다 '근대'의 정치현상으로 자리매김되고, 그 결과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들은 간단히 지워지고 만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중요한 실천들은 정작 바로 이 조그만(?) 차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점은 종종 망각된다.'
--- pp.248~249
사업가는 사람을 부리고, 투자가는 돈을 부리고, 이때 인간은 경제적으로 자유로울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사업 컨설팅에 관한 책이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전문성이 좀 부족한 것 같다. 게다가 나는 이 책의 주요 독자들이 정말로 진지하게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책의 효용은 사분면의 오른쪽,왼쪽으로 갈라진 자본주의 사회의 계층구조 속에서 계층 상승을 바라는 대중들의 욕구를 허구적으로 충족시켜주는 데 있을 것이다.

내게 관심이 있는 것은 이런 책에서 흔히 사용하는 어떤 어법이다. 가령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두려움,냉소주의,게으름,나쁜 습관, 거만함을 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이다. 가령 어느 사람이 특정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를 해서 성공했을 때 그것은 결단력이라 불리고, 실패했을 경우에는 무모함이라 불린다. 반면 어떤 사람이 특정분양에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그 분야가 사양길로 접어들 경우 그것은 신중함이라 상찬되고, 마침 그 분야가 갑자기 각광받을 경우 거기에 배팅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 소심함 혹은 결단력 부족이 된다. 문제는 똑같은 행위가 어떤 술어로 기술될지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는 결코 알수 없다는데 있다. 우리가 흔히 예언서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실은 미래가 아니라 대부분 과거를 예언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 p.232-233
공포에 관하여

어쩌면 모든 문명의 바탕에는 공포가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가령 우리야 지금 과학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이 자연 지배의 능력 없이 알몸으로 자연에 맞서야 했던 원시인들에게 세계란 곧 공포 그 자체였음에 틀림없다.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맞닥뜨린 세계는 온갖 우연으로 가득찬 혼돈의 세계였을 터이고, 그 혼돈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었으리라. 그리하여 그 앞에서 인간은 무한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그러다가 이 무질서한 혼돈 속에서 계절의 반복을 깨닫고, 다양한 현상들 속에서 공통적 요소를 찾아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에서 불변적 요소들을 추상함으로써 인간들은 비로소 혼돈의 세계에 질서를 도입하고, 이 질서 위에 문명이라는 것을 세운 것이리라.
--- p.79
게다가 히틀러의 말대로 '대중들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잘 속는' 법이다. '에로영화 스타 젖소부인과 소설가 이문열의 관계는?' 이런 제목의 기사는 대중을 즐겁게 해준다. 설사 그 기사가 '아무 관계도 없다'는 허탈한 내용을 담을지라도 말이다. 혹시 이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 경우에는 표현을 슬쩍 바꾸면 된다. 가령 이렇게. 젖소부인과 이문열 사이에 내연의 관계가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즉 두 사람의 관계는 한마디로'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관계'다.
--- p.55
80년대의 화두가 우리 '모두'의 평등을 위한 '민주주의'였다면, 90년대의 화두는 '개개인'의 자유를 말하는 '자유주의' 이념이었다. 90년대에는 어떤 대의 아래 함께 모여 싸운다는 생각은 낡은 것이 되었다. '대의'는 개인을 현혹하는 집단주의 이데올로기로 치부되고, 단체나 조직은 '감옥'의 동의어가 되었다. 80년대에 우리가 "타는 목마름으로" 외쳤던 '민주주의'라는 말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잊혀진 듯했다. 왜 그랬을까? 우리의 민주주의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그럴 리 없을 게다. 이번에 총선시민연대가 이 낡은 낱말을 다시 되살려냈다. 이 운동은 우리가 체념 속에서 더 이상 묻기를 포기했던 물음을 다시 던졌다. 권력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가? 여의도에서?

시민연대의 운동에서 우리는 '권력이동'의 현상을 본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이 헌법의 이념이 현실 속에선 얼마든지 왜곡된다. 그게 바로 '대의제'라는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다. 말하자면 유권자는 4년에 한 번 투표장에 나가 우리를 전혀 대표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력에 본의 아니게 동의를 해야 하는 상황. 이는 민주정이 아니라 사실상 과두정으로 우리 헌법의 정신에 위배된다. 대의제 간접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라는 직접민주주의와 짝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의 공무원들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의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은 우리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교정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게 아니다. 그 자체가 대의제와 함께 우리 민주주의의 두 기둥을 이루는 것이다.

이제까지 권력을 독점해왔던 분들은 권력을 내놓기 싫은 모양이다. 그 상실감이 얼마나 컸던지 막 삭발까지 한다. 삭발한 김에 두피에 문신까지 함이 어떨지. "차카개 살자." 더 웃기는 코미디는 '음모론'이라는 것이다. 자신있게 음모의 확증을 잡았다고 외치던 그 분들. 기껏 TV 토론에 나와선 그 확증이란 그냥 심증이었노라고 농담을 한다. 음모는 무슨 음모(陰毛)? 이렇게 마구 음모를 노출하고 싶어 환장한 분들이 연출하는 한국의 정치. 한마디로 포르노다. 꺄악, 오빠, 섹시해!
--- pp.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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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책을 읽으며 오르가즘을 느끼고 글을 쓰며 사정을 하는 사람. 미로와 같은 '책의 세계' 속을 헤매고 다니며, 말라르메가 쓰려고 한 '세계의 책'을 사정할 궁리를 하는 사람. 그리고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는 사람. 철학, 미학, 윤리학의 근원적 통일을 되살려 새로운 미적 에토스를 만드는 것, 예술성과 합리성으로 즐겁게 제 존재를 만드는 것, 그러한 자기에의 배려로 사는 사람, 진중권.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발터벤야민적 글쓰기'로 요약한다. 즉, 하나의 체계를 갖춘 '완성본'의 글쓰기가 아닌, 그때그때 당대의 현실에 대해 즉발적으로 발언하는 '쪼가리식 글쓰기'로 에토스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많은 이들에게 '잡글'이라고 폄하되곤 하지만 '상아탑의 글쓰기'와는 확실히 다른, 현실에 대항하며 동시에 현실을 껴안는 이러한 글쓰기가 어쩌면 더 큰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닐는지, 이 책의 저자는 묻고 있다.

현실은 우연의 계기를 포함하고 있어, 종종 예측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실에 대해 발언한다는 것은 때로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이 위험을 끌어안지 않고서 현실에 대해 유의미한 발언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주사위를 던지면 1에서 6 사이의 숫자가 나온다"고 하나마나한 예측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 우연을 포함한 판 속에 뛰어들어 게임을 하는 것이다. 왜? 현실은 필연과 우연이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을 사는 자는 자기가 쌓은 모든 지식을 동원해 과감하게 배팅을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상아탑의 글쓰기와는 다른 잡글의 원칙이다. 어떤 의미에서 잡글은 현실에 대해 학보다 더 구체적인 인식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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