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는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나, 빈곤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환경이였지만, 그녀는 공공도서관 덕분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소양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을 마친 후 화가 찰스 윌터 스탠슨(Charles Walter Stetson)과 1884년 결혼하고, 이듬해 딸 Katharine Beecher Stetson을 출산하였습니다. 출산 후 겪은 산후우울증과 이에 대한 의사 Dr. Silas Weir Mitchell의 강압적인 ‘휴식 치료(rest cure)’는 오히려 그녀의 증세를 악화시켰고, 그녀의 대표작 노란 벽지(The Yellow Wallpaper)(1892)의 모티브가 됩니다.

결국 길먼은 당시에는 드문 별거를 선택하였으며 이혼(1894), 이사, 조지 하우튼 길먼(George Houghton Gilman)과의 재혼(1890) 등 개인적인 삶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한 남자의 아내’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대표작 노란 벽지(The Yellow Wallpaper)(1892) 이후 억압받는 여성을 위한 다양한 시, 소설, 이론서 등을 잇달아 발표하였으며, Pacific Coast Women's Press Association, the Woman's Alliance, the Economic Club, the Ebell Society, the Parents Association, and the State Council of Women 등 진보 성향의 단체의 일원이자 작가, 강사로 활약하였습니다. 미국을 넘어 베를린 국제여성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Women)(1903)를 비롯해 유럽의 주요 국가를 순회하며 강연을 할 정도로 인정받는 저명인사이자, 사회운동가로써 자신의 이름과 저서를 널리 알렸습니다.

길먼은 더 임프레스(The Impress), 아메리칸 파비앙(The American Fabian) 등을 거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1909년 선구자(The Forerunner)를 창간하였습니다. 편집장으로써 1916년까지 7년간 여성운동에 관한 기사, 시, 소설, 논픽션 등을 왕성하게 발표하였습니다. 그 중 산으로(Moving the Mountain)(1911), 허랜드(Herland)(1915), 그녀와 함께 내 나라로(With Her in Ourland)(1916)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3부작’으로 불립니다.

1932년 유방암 불치 판정을 받고, 자서전 샬롯 퍼킨스 길먼의 삶(The Living of Charlotte Perkins Gilman)과 유서에 암 대신 클로로포름을 택했다(chose chloroform over cancer)라고 기록한 후 자살하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자서전을 직접 집필하였으며, 1935년 출간되었습니다. 사후에 국립 여성 명예의 전당(National Women's 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이후 등장한 페미니즘 계열의 소설 - 게르드 브란튼베르그(Gerd Brantenberg)의 이갈리아의 딸들(Egalia's daughters)(1977), 어슐러 르 귄(Ursula Kroeber Le Guin)의 어둠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1968), 조안나 러스(Joanna Russ)의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When It Changed)(1994),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James Tiptree Jr.)의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Houston, Houston, Do You Read?) 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유토피아란 허랜드(Herland)(1915)의 설정은 수많은 SF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죠! 어둠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1968)은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세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개인이 성을 선택할 수 있는 가상 세계 게센 행성과 게센인을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