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안에는 2개의 자아가 존재합니다. 저를 예로 든다면 우선, 글을 읽어 연기하는 전문가인 ‘성우 고재균’이라는 자아가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즐기는 ‘사람 고재균’이라는 자아가 있습니다. 성우 고재균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시행착오를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점점 발전합니다. 사람 고재균은 일상에서 느낀 다양한 감동과 호불호의 감정을 기억하고 학습해 감성의 폭을 넓히고요. 이 2개의 자아, 성우 고재균과
사람 고재균은 다른 역할을 합니다.
--- p.5, 「프롤로그_성우 고재균」 중에서
전 좋아하는 작품은 반복해서 읽고 또 읽습니다. 다시 봐도 질리지 않고 늘 새롭습니다. 제 인지와 해석능력이 좋아질수록 작품에 대한 이해 정도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두고 다시 보면 나중엔 컷(cut)분할, 배경, 펜선의 굵기까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몇 년에 걸쳐 연재된 만화는 초창기 그림체와 마지막 권의 그림체가 다릅니다. 세월을 따라 작가의 작화 능력도 발전하고 그 완성도도 높아집니다. 독자의 입장인 저에게는 그 세월을 같이 하며 본 작품들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집니다. 또, 감동의 두께도 두터워지고요. 여러 번 봐서 이미 외웠기 때문에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기 전엔 몇 페이지 전부터 설레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장면이 있었네?’, ‘아! 그래서 더 이랬겠구나?’하게 되는 지점이 꼭 있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마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을 그제서야 발견한 것이지만 제가 자랑스러워집니다. 또, 작가의 마음이 더 잘 들리는 듯해서 행복해지고요. 추억으로만 남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소소한 행복입니다.
--- p.7, 「프롤로그_아날로고」 중에서
연극을 10년 정도 하다가 집이 많이 어려워지는 일이 생겼어요. 너무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연극을 한다는 것이 나만 이기적으로 사는 것 같아서 너무 죄송스러웠어요.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회사원 생활도 1년 정도 해보고, 이런저런 자격증 공부도 해보고 그랬네요. 그 와중에도 연극무대에도 서면서 그러던 중에 성우시험 공고를 보게 되었고 지금 이 자리에 와있습니다.
--- p.45, 「성우가 된 이유?_방성준」 중에서
마음을 다해서 책을 일주일에 한권씩 읽었어요. 그리고 좋은 드라마를 볼 땐 연기자의 감정선을 따라서 집중하며 봤고, 마음에 드는 대사는 프린트해서 외우고 다녔습니다. 영화도 그시기에 제일 많이 본 것 같아요. 요가와 산에 오르며 호흡과 발성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고, 연기일지라는 것을 빼놓지 않고 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열정이 넘쳤던 시기였던것 같아요. 길을 걷다가, 성우가 되지 않았음에도 연기를 전공하고, 연기를 할수 있는 일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 p.61, 「성우가 되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_이보희」 중에서
아주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 성우가 어떤 직업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셨으면 합니다. 정확히 어떤 작업들을 하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직업인지, 최악의 경우에 어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 너무 좋은 면만을 보고 뛰어들면 당장은 재밌어도 나중에 어렵고 힘들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작가를 지망했던 때에는 작가의 고충을 듣고는 하얗게 질려버렸었는데 연기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그래도 할 만하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똑같이 밥을 굶더라도 뭘 하면서 굶는 게 견딜만할지 잘 고민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느 정도 지망생 생활을 해온 분들께는 힘든 날들도, 사실은 좋은 날들의 일부라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구요. 뭘 많이 먹으려고 택한 일이 아니라 못 먹어도 행복한 일을 택한 거니까요. 그리고 반드시 성우시험에 합격하지 않더라도 젊은 날 몇년 간은 몸과 마음을 바쳐 배워볼만한 가치가 있는 분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p.79, 「성우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_심규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