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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5
박쥐 8 문추헌 - 가장 검소한 풍요 재건축 15 악보 20 공구리 24 가을 27 중국 30 구획 33 벽지 36 파일 39 천창 42 규격 45 착공 48 거래 52 벽돌 55 마라토너 58 불만 60 풍경 64 계절 67 보도 69 합격 80 담류헌 - 가을빛의 향연 계획 87 아들 92 권력 95 문간방 99 규모 103 메모 107 계획 110 대안 113 블록 115 당호 119 예산 122 휴학 127 보정 130 향연 133 김태희 138 블랙 142 줄눈 145 임기 149 향연 162 시장 168 건원재 - 동그란 하늘의 계측 이문 175 택지 180 무덤 184 맥주 187 면적 191 중정 196 바닥 199 노출 202 화강석 207 재시공 210 소나무 213 현관 218 무심 221 타협 225 오석 228 이사 230 선물 238 지구 246 추분 249 자전거 254 마음 258 기록 261 |
徐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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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세 개의 주택이 들어 있다. 공통점은 모두 작고 검소하다는 것이다. 이제 그 건축가의 이야기는 특별히 더 작은 주택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 p.10 주말에 그녀가 도면을 들고 나타났다. 악보 뒷면에 그린 것이었다. 분명 문방구에서 파는 30센티미터 플라스틱 자를 대고 열심히 그린 도면이었다. --- p.30 바닥 닦는 것이 힘든 노동이라면 그는 노동의 노예이고 몸과 마음이 가난한 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수고 덕에 집에 하늘을 얻는다면 그는 재벌보다 부유한 인생을 사는 것이겠다. --- p.43 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다그치면 일을 더욱 그르친다. 역사가 가르쳐 준 방법은 오랑캐가 오랑캐를 다스리게 하는 것이다. --- p.60 집은 준공 이후부터 다시 짓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시공자가 아니고 건축주가 짓는다. --- p.80 좀 더 정확히 지적하면 안방은 그 집의 최고 권력자가 사용한다. 물론 대개 그 권력자가 부모일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그러나 가끔 가족 내에서 권력의 전도가 일어난다. --- p.97 그런데 이 경우는 건축주의 꿈을 내가 잘못 읽은 것이었다. 남향집이어야 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앞이 막힐 것인데 문제 없겠느냐는 질문이었다. --- p.113 공사장의 악몽은 작업자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다. 이럴 때 현장 용어가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일본어 단어가 이것이다. 곤조. --- p.135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들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태어나는 것이다. 일단 안 씻고 뛰어다닌다. --- p.144 물론 대개 건설사에서 책임질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도식적일 수는 없다. 진단을 하는 데 설계자의 의견이 필요했다. --- p.162 나는 깔끔한 노출 콘크리트 미학에 문화 정체성 의구심이 있다. 그냥 막사발 같은 콘크리트가 우리의 미감에 더 맞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다. --- p.205 조선 시대는 어느 수공업자의 이름도 기억해주지 않았다. 아무도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지 않던 시대의 무명씨들이, 아무도 가치를 음미해 주지 않는 결과물을 만드는데, 결국 그들이 무심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 p.224 매일 매 순간 모습을 바꾸는 하늘을 가진 집.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하늘을 가진 집. 그게 내가 건축주에게 건넨 선물이다. --- p.238 '좋은 집'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공간이다. 그 마음은 보이지도 않는데 가끔 이리저리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마음을 담는 집의 가치는 보이는 잣대로 계측되지는 않는다. --- p.259 |
집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TV에서는 우후죽순처럼 온갖 형태의 집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한국식 주거를 대표하는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을 나름대로 개조해 자신만의 ‘드림 하우스’를 고집하는 사람들. 비좁은 공간에 온갖 이국적인 요소를 마구 혼용한 집들까지 등장한다. 디자인의 과잉과 이미지의 홍수가 본말을 뒤바꿨으니 집은 곧잘 ‘피사체’로 변질된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전원 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책 속 세 건축주는 고심 끝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이들의 집은 충주, 공주, 파주 등 지방 도시에 위치한, 거기서도 한참 외진 시골에 있다. 항상 마음이 향하는, 돌아가고 싶은 집이라면 그게 어디든 어떨까. 자신이 평소 꿈꿔 왔던 작지만 소소한 집을 건축가와 함께 풀어 낸다. 자신만의 공간에 마음을 담는 과정들. 도시를 떠난 이들의 마음이 담긴 집이 더욱 따뜻하고, 담백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온기 넘치는 서정성이 담긴, 집 짓는 이 모두가 함께 할 과정을 담은 풋풋한 기록이다. 얼핏 소소하고 사소한 듯 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여운은 꽤 오래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