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를 선택할 때, 아주 오랜 시간을 가슴에 품고 동경하던 곳을 갈 때도 있지만 의외로 쉽게 결정되는 곳도 있게 마련인데, 프로방스 여행의 시작은 후자였다.
처음에는 오직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팬으로 아를에서의 하룻밤 만을 기대하고 갔던 곳인데, 정작 가보니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화사한 부드러움을 간직한 프로방스가 취향 저격이었다. 따뜻하고 맑은 햇살은 세상을 더 없이 구석구석 밝혀주고, 미술관에서만 보던 멀고도 어려운 미술이 아닌 작가들의 삶이자 공간에서 마주하는 친근감, 그리고 제일 중요한 풍성하고 맛있는 테이블.
그래서 다시 준비하고, 몇 번을 다시 방문하다 보니, 뚜렷한 랜드마크 위주의 여행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만한(접근성, 현지 물가 등) 곳이 아니기에 공부까지는 아니어도 여행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미리 동선 등을 고려하여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겠구나 싶었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이 짧은 소개서와 같은 글이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좋은 것은 널리 함께해야 하기에….
--- 「프롤로그」 중에서
마르세유에서 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12세기 프로방스의 수도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프랑스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예술과 지성이 숨 쉬는 학문의 중심지다. 이 도시 이름의 제일 앞에 붙은(접두어) Aix는 고대 라틴어로 아쿠아(Aqua)라는 뜻으로, 프로방스 여느 도시보다 물이 풍부해 물의 도시라고도 불리며 시내에는 직접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크고 작은 분수가 약 100개 정도 있다고 한다. 구시가지를 도보로 충분히 거닐어 볼 수 있는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규모의 도시로 매일 꽃과 식료품 시장이 열리고, 그라네 미술관과 코몽 아트센터같이 문화적인 인프라도 가지고 있어서 인근 지역을 함께 돌아보는데 중심이 될 수 있는 거점 도시로도 손색이 없다.
--- 「엑상 프로방스 Aix en Provence - 폴 세잔과 물의 도시로 불리는 12세기 프로방스 수도였던 유서 깊은 도시」 중에서
처음 남프랑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원하는 조건이 하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아를에서의 하룻밤이었다. 좁다면, 좁은 아를이고 준비할수록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는 한정된 여행 일정에서 어느 곳에서 숙박할 것인가는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런데도 꼭 아를에서는 밤을 보내고 싶었다. ... 그러다 어느 길에서 그를 만났다. 흰 수염이 멋진 우체부 할아버지. 무거운 우편 가방을 메고 사람 좋은 미소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그를 보는 순간, 고흐의 친구였던 우체부 룰랭을 만난 것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속으로 ‘반가워요. 룰랭’ ‘고마워요 룰랭’ 인사까지 해본다. 근데 이 느낌은 나만의 감정은 아니었나 보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생긴 걸 보면 말이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밤이 왔다. 여행가서 밤을 기다리기도 흔하지 않은데 말이다. 냉큼 달려간 고흐 카페는 더욱더 노랗게 변했다. 고흐의 그림에서처럼 어두운 거리를 비추는 그 노란 불빛. 조금은 몽환적인 그 빛 가운데에 앉아있으면 나를 그때의 그 시간으로 데려가 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흐와 고갱 사이에 앉아서 고흐의 편을 들어 줘야지~ 하면서 말이다. 어둠이 조금 더 깊어지면 론 강변으로 가야 한다. 지금의 강변은 시설 정비가 너무 잘 되어 있고 나룻배도 없지만, 이곳 어딘가에 고흐의 시선이 닿고, 손길이 닿았을 곳을 상상하다보면, 내 마음속에는 이미 가로등과 별빛이 총총 빛나고 있다.
--- 「아를 Arles - 그때처럼 별이 빛나는 밤은 아니지만, 고흐의 도시」 중에서
매년 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에 선정되고 있는 곳으로 비슷비슷한 산 위 중세 마을 중에서 최고의 전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을 안쪽 골목들보다는 마을에서 멀리 내려다보는 뷰 또는 반대로 건너편에서 마을 전경을 봤을 때 전경이 고르드 여행의 메인이라 할 만큼 멋지다.
이 말은 시간이 부족하다면 뷰 포인트로 고르드 여행을 마무리해도 아쉽지 않을 거란 뜻과 같다. 물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차곡차곡 쌓아 올린 돌로 이루어진 아기자기한 상품들과 무심히 그 골목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테이블에 혹하면서 골목 산책으로도 좋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밖으로 시원스러운 뷰를 자랑하는 너른 평야도 멋지고 말이다. 대신 이 근처에는 프로방스 전통 돌집 스타일의 분위기 넘치는 펜션과 고급 호텔이 많기에 그곳에서의 여유를 여행으로 채우는 걸 조금 더 추천한다.
--- 「고르드 Gordes - 프로방스 대표 아름다운 산간 마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