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내 : 그자들이 나를 진짜 감사 나온 판사로 믿게만 된다면… 내가 바보 같은 짓만 안 하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거지! 일을 그르치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인데! 어디 좀 보자, 우선, 걸음걸이부터 보자… (그는 약간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를 해 본다.) 아냐, 이건 재판소 서기 걸음걸이야. 관절염은 있지만 위엄이 풍기는 그런 걸음걸이라야지! 그래 이거야. 목은 좀 구부리고… 은퇴하는 서커스 말처럼… (한 번 해 보다가 그만둔다.) 아냐, 마지막 질주를 하고 “슬라이딩하는” 것처럼 하는 게 더 낫겠어. (해 본다.) 나쁘진 않군! 푸딩 넣은 무릎처럼 흐물흐물 걸어? 아니면 메뚜기처럼 빳빳하게. (해 본다. 발뒤꿈치와 앞꿈치를 시소처럼 움직이며 짧고 빠르게 걷는다.) 큰일 났다, 안경… 아냐, 안경은 필요 없어. 오른쪽 눈을 반쯤 감고 이렇게 비스듬히 내려다보며 읽는 거야. 말은 되도록 안 하고, 잔기침을 약간 하고, 어흠, 어흠! 아니지, 기침은 안 하는 게 좋아… 무슨 이상한 버릇 같은 건 없어도 될까? 그건 이따가 닥쳐서 해 보자. 온화한 태도로 콧소리를 낼까? 부드럽게 나가다가 초반에 갑자기 날카롭게 “안 되지! 국장, 당신 그만둬야겠구만, 당신은 이제 더 이상 이 파시스트 형무소의 소장이 아니야… 그걸 항상 기억해야지!” 아냐, 아냐, 정반대 스타일로 나가야 해, 냉정하고 똑 부러지고, 단호한 어조에, 단조로운 목소리로, 근시에다 약간 슬퍼 보이는 시선… 안경은 꼈지만 한쪽 알만 쓰도록, 이렇게.
--- pp.33∼34
미친 사내 : 직업이 철도 기술자인 한 무정부주의자가, 은행 폭파 사건에 가담을 했는지 안 했는지 혐의를 받고 신문을 받기 위해 이 방에 있었어요, 그 폭파 사고로 16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죠! 그리고 여기 당신이 한 말들이 그대로 적혀 있군요, 국장님. “그의 진술에는 상당히 근거 있는 혐의들이 있었다”라고요. 당신이 이렇게 말했습니까?
국장 : 예. 하지만 그건 처음에 그런 것이고… 판사님… 그게 나중에는…
미친 사내 : 지금 우리 처음 부분을 보고 있어요… 차차 정리를 해 나갑시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무정부주의자는 발작 증상이 일어나, 이 발작 증상이라는 말도 계속 국장님이 쓰신 표현이죠, 발작 증상이 일어나 창문으로 뛰어내려 땅바닥에서 몸이 박살나 부서졌음. 자, 그런데 이 발작 증상이라는 게 뭡니까? 방디우라는 사람은 이 “발작 증상”을 정신적으로 정상인 사람이라도 극심한 걱정이나 절망적인 고통이 야기되면 자살의 고뇌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분노 형태라고 했는데, 맞습니까?
국장과 형사반장 2 : 맞습니다.
--- p.53
미친 사내 : 잠깐… 그런데 여기서 뭔가 그림이 안 맞아요! (경찰관들에게 서류 한 장을 보인다.) 자살자는 신발을 세 짝이나 신고 있었나요?
국장 : 무슨, 세 짝이라니요?
미친 사내 : 그렇소! 경찰 손에 그자의 신발이 한 짝 남아 있었다면… 이놈의 골치 아픈 사건 며칠 후에 저 친구가 직접 그렇게 진술을 했어요… (그는 그 서류를 보인다.) 여기 있소!
--- pp.11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