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4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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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246g | 115*180*17mm |
ISBN13 | 9791130637099 |
ISBN10 | 1130637093 |
발행일 | 2021년 04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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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246g | 115*180*17mm |
ISBN13 | 9791130637099 |
ISBN10 | 1130637093 |
저 역시 페이스 북에 계정을 만들기는 했습니다만, 만든 직후부터는 적극적으로 사용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당시에 열심히 하던 블로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과, 페이스 북도 나름 시간을 빼앗기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페이스 북을 매개로 한 기가 막힌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묘한 러브레터>는 우연히 페이스 북에 접속한 남자가 28년 전의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았던 약혼녀의 이름을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작합니다. 남자는 답신을 기대하면서 보냈던 것은 아닙니다. 1년 동안 그녀의 페이스 북에 올라오는 일상을 지켜보다가, 1년이 지난 뒤에 다시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마도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는 고백을 덧붙입니다. 삼세번이라고 했던가요? 다시 1년이 지난 뒤에 메시지를 보냈을 때는 놀랍게도 그녀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중간에 여자가 메시지를 한번 씹은 것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메시지는 모두 23건입니다. 남자는 52살이 되었는데, 그 사이에 위암으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았지만, 재발된 상태입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아무래도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기 마련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여자가 대학에 들어와 연극부에 들면서 시작된 셈입니다. 당시 남자는 연극부의 부장이었고, 약혼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약혼자가 있는 선배가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파혼을 하고 대학 후배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고, 또 여자는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사라졌던 것일까요?
읽는 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 두 사람은 메신저를 통하여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되어가는 과정을 밝혀나갑니다. 사실은 결혼식장에서 생각지도 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결혼이 무산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의 과거가 식장에서 밝혀져 망신을 당하고 파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사랑은 하지만 결혼식장에 걸어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 달아난 신부의 사연을 그린 영화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묘한 러브레터>의 주인공 여성은 결혼식 이틀 전에 갑자기 증발하여 30년 가까운 세월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가 있었겠습니까? 간단하게 생각해본다면 결혼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당한 불행한 사건으로 인하여 결혼식장에 나타날 수가 없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반전을 이룹니다. 여성 쪽의 문제가 먼저 불거지더니, 그런 사정이 문제가 되었더냐는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고, 남자는 사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여자는 자신이 결혼식장에 나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이야기의 절정이자 극적인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동시에 여기까지 읽어오면서 생각했던 모든 이야기의 사사를 통째로 뒤집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23건의 메시지는 무슨 의도가 담겨있었나 다시 정리해봐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등장인물이라고는 단 두 명에 불과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조연급 인물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조연급 인물들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두 사람이 주고받는 메시지를 읽는 독자는 메시지에 담은 두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아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후반의 반전 부분을 읽을 때까지는 30여넌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만난 남녀가 옛 사랑의 아픈 추억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메시지 교환에 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기묘한 러브레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친구의 실제 경험담이라는 복면작가의 이야기조차도 믿기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형식의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편지다. 예전처럼 우편으로 받는 편지는 드물다. 그래서 더 반가운지도 모른다. 그것이 러브레터라면 반가운 느낌은 더해지리라 분명. 자신이 생각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받는 러브레터는 어떨까? 좋을까? 반가울까? 그것도 아니라면 무서울까 섬짓할까. 요즘처럼 스토킹이 강력번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때라면 후자의 감정이 더 먼저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남자.
갖은 고생을 해가며 그 여자를 찾았다. 처음부터 그 여자를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우연히 찾았다. 아니 사진을 보고 조사를 하고 여러 단계를 거친 후에 찾았으므로 우연히 찾은 것은 아니라 해야겠다. 어떻게든지 그녀를 찾고 싶은 욕망이 먼저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답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나의 존재를 그녀에게 알리고 싶었다. 아직까지 잘 살아있노라고 드러내고 싶었다.
편지에도 적었다. 답장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이다. 그래도 내심 바랐다. 그녀가 답을 해주길 말이다. 그녀가 답을 해 준다면 물어볼 일이 있었다. 오래전 일이다. 결혼식날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만의 신부였던 그녀는 결혼식 전날 만나기로 했지만 만나지 못했고 그 이후로 그녀를 볼 수는 없었다. 왜 그렇게 사라졌냐고 당신이 있었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여자
그저 평온하게 살아왔다. 오래전 그 남자와 결혼할 뻔한 이후 그를 떠났고 다른 남자를 만나서 조용히 살았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느날 그 남자에게서 편지가 왔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나를 찾았다고 했다.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해서라도 자신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렇다. 그 남자는 자신과 결혼을 할 뻔한 남자였다. 자신은 결혼식 날 그곳에 가지 않았다. 아니 갈 수가 없었다. 그것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남자는 아는 바가 없나보다. 아니면 그 모든 사건의 전모를 다 알고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일까.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든다. 이 편지는 지속되어야 하는 것인가. 말아야 하는 것인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쓰여지는 이야기는 궁금해지게 만든다. 그녀는 왜 답장을 하지 않는 것일까. 남자는 노력을 해서 여자를 찾아낸 것 같고 그런 노력에 비해 여자의 반응은 무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 사이에는 어떤 사건이 존재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남자가 병에 걸렸다는 소리에 여자는 답장을 보낸다. 그저 평범한 편지처럼 보이는 글들은 어느 순간 그 시절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그리고 여자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꽁꽁 감추어 오고 있던 사실을 남자에게 그대로 알려준다. 그 한문장의 글을 보는 순간 그 남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