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까지 다 읽고 나서 느낀 이 신선한 충격을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남겨놓아야겠다. 나는 서점에 가서 아빠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소설을 추천해 주신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나는 왜 이 책에 바로 몰입하게 된 것일까?거미가 그려져 있는 표지에 걸맞게 이 책은 거미처럼 천천히 기어올라 나의 판단력을 서서히 자극시켰다. 안토니 마스턴, 로저스 부인, 맥아더 장군, 로저스, 에밀리 브랜트, 워그레이브 판사,필립 롬바드, 암스트롱 의사, 윌리엄 블로어, 베라 클레이슨 이 10명은 알 수 없는 사람의 초대를 받고 병정 섬으로 가게 된다.편지를 보낸 이는 한명 한명의 지인을 사칭하여 편지를 보내는데, 이때부터 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단서를 찾을려야 찾을 수 없었다.무사히 도착한 그들은 호화 저택에서 완벽한 식사를 하지만,서로 초대받은 이가 달라 각자 의문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흘러나온 방송 하나! 이때부터 진정한 사건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한명씩,차례대로 죽기 시작했다.섬의 이름인 병정 섬에 걸맞은 노래에 맞게,범인은 사람들은 죽인다.총에 맞아 죽고,목을 매어 죽고... 이 중 한 명이 범인이라는 것을 믿으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시작한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베라 클레이슨이 되었다. 10명 중 가장 소심하고 겁이 많은 그녀는 현실 속의 나와 다를 게 없었다.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무조건 소리만 지르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게 불안에 닥쳤을 때의 나의 거울 같았다.또한 묘하게 영리해서 곤란한 일들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점도 조금 공감이 갔다.이처럼 나와 비슷한 등장인물이 있다는 게 조금의 현실성을 열어주었다.내가 베라였다면 이런 상황에 어떤 행동을 했을지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결말에서 베라가 자신의 떠나간 애인,휴고를 생각하며 목을 매는 순간 병정 섬에는 개미 한 마리도 없었다.이상했다.죽기 전 베라는 완전히 미쳐서 저택에 있던,사람이 죽을 때마다 하나씩 사라지던 병정 인형을 던지고 미친 듯이 와하하 웃으며 섬의 유일한 생존자는 자신이라고 스스로를 안도시키며 이상한 행동들을 반복했다.그런데 방에 들어가자 이미 그녀를 자살로 이끌 도구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베라는 그것을 마련할 시간과 정신조차 없었는데...?결국 내 추리력은 정점에 도달했다. ' 죽은 누군가가 살아 있는 것이다.' 에필로그인 편지를 보았다.내 정점까지 간 추리력 중 일부는 들어맞았다.그러나 범인은 예상 밖으로 워그레이브 판사였다. 사건에 제일 적극적이며 그럴 듯한 단서들도 많이 남겨준 그 사람?그는 악명 높은 살인자와 다를 게 없었다.그의 편지에는 관심을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관심에 고갈되어 있는 것은 거의 모든 인간이 마찬가지일 것이다.그러나 자신의 통찰력을 발휘하려고 남의 생명을 조종하는 것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 엄밀한 '범죄' 행동이다.더군다나 사람들을 재판하는 판사가 그런 짓을 하면,어찌 범죄자들이 가만 있을 수 있겠는가.소설이라고 해도 너무 화가 나 치가 떨렸다.살인은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할 행동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끔씩 저 사람 없어지면 좋겠다,이 사람은 별로다 등등의 조그만한 생각들을 담고 산다.그러나 그것을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표현해낸다면 이 세상은 비열함과 복수에 가득 찬 세상이 될 것이다.세상에는 이런 사람들도 있지만,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본받으면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이 더 단단해졌다. 우리는 양보와 행복,배려 등이 채워진 하얀 세상에 언젠가 살 것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들을 미리미리 지워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느끼게 되었다.작가의 절묘하고 긴장감 있는 표현력이 소설을 현실 같이 느끼게 해준 것 같았다.인생 첫 추리소설에 무척 감동했다.다음에는 이 작가님의 또 다른 유명한 소설,'오리엔트 특급 살인'도 도전해 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