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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로 오세요>>를 읽고
노아의 방주는 성경에 나오는 홍수로부터 생명들을 지켜내기로 하고 만든 것이다. 소설속의 방주는 운석 충돌로 인해 수천종의 작은 괴생명체들이 꺾인 지각 틈으로 쏟아져 나와 각종질병으로 이어지자 더 이상 ‘지상’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지각변형으로 인해 솟아오른 땅에 건설한 방주고등학교는 해마다 ‘지상의 이이들‘ 을 뽑는다. 비유하자면 부자들의 시중을 들, 그나마 교육이 된 아이들을 뽑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너무나 잘 아는 ‘기숙생들’은 분노한다. 중심인물은 윤시온, 기숙사부장이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다정다감한 말투로 호감이 가는 사람, 하지만 이런 인상 뒤에는 학교를 폭파시켜버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새로 입학한 지상의 아이들 중 하나인 마노는 학생부장 일락의 쌍둥이 누나 루비를 건 협박으로 인해 시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프락치가 된다. 5년 전 ‘광장의 그녀’를 찾아 방주고에 지원한 마노는 광장의 그녀도 찾았다고 생각하고, 프락치의 임무도 끝내지만, 사실 광장의 그녀는 교묘히 만들어진 미끼였고, 자신이 믿어야했던 사람은 일락이 아닌 시온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모호한 상황이 이런 것 아닐까, 누굴 믿어야 할까 고민해야 하는 그런... 너무 많은 사람이 있고, 따라서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다. 사람은 진실을 알지 못하고 거짓과 진실 사이를 헤맨다. 마노는 거짓에 현혹되고 만 것이다. 쌍둥이 누나 루비를 건 협박을 받았더라면, 결과는 같아졌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시온이나 ‘광장의 그녀’ 달리에게 털어놓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주제 중 하나는 ‘색안경’이라고 생각한다. 광장의 그녀를 찾으며 마노는 매일매일 마주치는 진짜 ‘그녀’ 달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단지 달리가 머리를 좀 자르고 머리색을 바꿨기 때문일까? 마노가 달리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그럴 거라 짐작도 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색안경 때문이다. 달리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나쁜 루머들이 학교전체에 퍼져있었다. 그런 소문에, 제대로 보려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소문 안 좋은 애랑 눈 마주쳐서 뭐해?’ 이런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다. 만약 달리가 자신이 ‘광장의 그녀’라고 말했다 한들 마노는 믿기나 했을까? 나는 ‘믿음’과 ‘색안경’ 문제 사이에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색안경을 버리고 조금 더 유심히,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진실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운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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