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랄라 치과
식당이랑 슈퍼랑 목욕탕, 빵집 간판 보이죠? 그 위로 살림집도 많고요. 크고 작은 건물이 오밀조밀 늘어선 평범한 동네예요. 바로 이 동네 한 구석에 아주 특별한 곳이 숨어 있답니다. 낮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밤 열두 시만 되면 딸깍 불이 켜지면서 치과로 변신하는 곳, 밤에만 문을 여는 드라랄라 치과입니다. 이쪽은 치과 의사 드라랄라 선생님이에요. 눈치 채셨어요? 드라큘라, 맞습니다. 겁내지 마세요. 정말 친절하고 상냥하고 실력도 뛰어난 분이니까요. 저쪽은 마늘 간호사님, 그리고 두 분을 돕는 박쥐 씨와 거미 삼형제예요.
오늘은 환자가 많네요. 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섰어요. 첫 번째 환자는 꼬부랑 할머니 드라큘라, 틀니가 다 닳아서 먹지도 못하고 무척 힘드셨대요. 잘 오셨어요. 드라랄라 치과에선 못 만드는 틀니가 없답니다. 벽돌 틀니, 보석 틀니, 나사 틀니, 토끼 틀니, 바다코끼리 틀니, 피라냐 틀니.. 어떤 환자에게든 꼭 맞는 틀니를 뚝딱 만들어 드립니다. 드라큘라 할머니껜 강철 송곳니 박힌 틀니가 딱 어울리네요.
뭐든지 나라의 가나다
기발하고 신선한 전개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나다 그림책입니다. 가, 나, 다로 시작하는 낱말들이 순서대로 한 장 한 장 엮여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었어요.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주인공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늘에서 글자비가 내리고, 나무에서 아이스크림이 자라고, 체리와 초콜릿이 차차차를 추고, 투명인간이 온갖 희한한 통조림을 파는 낯설고 매혹적인 세계가 펼쳐져요. 신선한 어휘와 재기발랄한 연출로 우리말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고 언어가 주는 즐거움을 한껏 맛보게 해주는 유쾌한 그림책입니다.
고만고만
요즘 우리 동네 사람들은 모두 고만고만 이야기만 해요. '고만고만'이 뭐냐고요? 저쪽 집에 사는 갈색 고양이예요. 성은 고, 이름은 만고만. 고, 만고만이요. 요즘 이 녀석이 영 수상쩍어요.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말썽쟁이가 갑자기 말썽도 안 부리고 아주 딴 고양이가 되었거든요. 절대로, 절대로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죠.
게다가 만고만이네 아주머니 말씀이, 밥도 통 안 먹는대요. 큼지막한 생선을 통째로 줬는데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더래요. 천지개벽할 일이에요. 생선만 보면 환장을 하는 녀석이거든요. 걱정돼서 아주머니가 병원에도 데려가 봤다는데, 몸은 멀쩡하대요. 제가 봐도 아픈 거 같진 않아요.
그런데요, 옆집 남자애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만고만이가 채식주의자래요.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만고만이는 생선만 먹어서 문제인 녀석인데요. 걔가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는 거죠. 그런데 걔가 박박 우겨요. 상추 먹는 걸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면서요. 이상해요. 정말 이상해요. 도대체 만고만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모모와 토토
모모가 있어요. 모모는 바나나 우유랑 야구를 좋아해요. 모모에겐 단짝 친구가 있는데, 바로 토토예요. 모모와 토토는 오늘도 함께 놉니다. 모모는 소중한 친구인 토토에게 무엇이든 해 주고 싶어요. 노란 풍선을 선물하고, 노란 모자를 골라 주고, 노란 꽃다발도 안겨 주었지요. 그런데 토토는 이제 모모랑은 놀지 않겠다고 쪽지를 두고선 떠나 버렸어요. 토토는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모모와 토토의 우정은 어떻게 될까요?
나의 동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다가 불현듯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대목을 알고 있을 거예요. 이 그림책의 주인공도 어느 여름날 훅 끼쳐오는 더운 바람에서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동네에서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의 단짝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기로 합니다. 우체부가 편지를 가방에 넣어 자전거를 타고 오래된 동네의 주소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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