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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수천 년 이어져 내려온 농경문화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는 조재도 시인. 그가 어머니와 고향을 주제로 한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을 펴냈다. 시 80편에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그린 정감어린 그림 30점이 곁들여져 있다. 그는 이 시집을 준비한 동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작고 외지고 쓸쓸한 산골마을 온암리에서 이름 없이 살다간 분들에게 시로나마 헌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였습니다.” - 시인의 말에서
한 마디로 민중적 연대감의 발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집 앞머리에 놓인 다음과 같은 말이 시집을 펼치기 전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너진 부뚜막/ 거기 부모님 사진 놓고/ 큰절 한번 올리고 싶다.
검뎅 낀 부엌은 어린 자식들을 거두고 먹여 살린 어머니의 노역의 공간이다. 거기, 지금은 돌아가셔서 계시지 않은 부모님을 위해 사진을 놓고 절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낙차 큰 표현에서 우리는 시인이 현재 처한 정황과 그리움과 고마움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이 시집은 모두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돌보 온암리, 2부 어머니, 3부 아버지, 4부 좋은 날에 우는 사람, 5부 영등포구 가리봉동, 6부 한 세대가 간다. 어려서 시인이 살았던 공간인 산골 마을을 시작으로 부모와 가족 이웃으로 시인의 시선이 넓혀가다 현대사회에서 꼬리를 끌고 사라지는 거대한 짐승 같은 농경문화를 제6부에서 ‘한 세대가 간다’라고 마무리 짓는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지만, 적재적소에 쓰인 우리말, 다시 말해 농경문화 속에서 생활언어로 쓰인 우리말에 대한 시인의 구사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따순 볕만 쟁알쟁알, 괴오릉 곡구릉 꾀꼬리 우네, 제비는 빨랫줄에서 지지고리고-배 울었다, 찰브락 찰브락 일렁이는 물살에, 솥뚜껑 여닫는 솰그랑 소리, 설거짓감 포갬포갬 놓여진 수돗가, 잘름잘름 물 찬 동이, 같은 표현에서 우리말의 ‘말맛’을 의성어나 의태어를 통해 감칠맛 나게 살려 쓴 시들이 전편에 넘친다.
시인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 조재도 시인은 어머니 사시던 고향 마을 이야기를 통해 민중의 삶과 생활 정서를 여실히 드러낸다. 세태의 변화에 따라 문학(시)의 양상도 변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변화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환기하는 일에 이 시집의 의미와 역할이 있다면 어떨까?
시력(詩歷) 40년에 평생 글을 써온 조재도 시인은 자신의 글이 누군가,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책상 앞에 앉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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