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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죽음’을 그저 지켜보기만 할 텐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한 이 유명한 말을 디자인에 적용해본다면, “디자인은 현실을 따른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특히 현재 한국 디자인계는 더욱 그러하다. 좀처럼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 상황이 불러온 ‘현실의 위기’에 휘둘리다 못해 거의 빈사 상태에 빠져 있으니 말이다. 이에 지난 2012년, 리코드(한국디자인연구소)를 주축으로 모인 18인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이미 ‘디자인은 죽었다’라고 선언하며, 현실을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디자인은 죽었다』).
IMF 이후 시들해진 디자인 열기가 전 서울 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으로 잠깐 반짝 살아나는가 싶더니,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정책의 차별화를 위해선지 최근 디자인 분야는 끝을 모르는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디자인은 유행을 타는 산업이 아니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이후 산업의 발전과 함께 꼭 필요한 분야인데 말이다. 전반적인 경제 불황과는 별도로 디자인 침체기가 이처럼 지나치게 오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인은 독인가, 약인가?』는 바로 그 이유를 짚어보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로서, 디자인 실무, 교육, 비평, 연구 현장에서 오랜 시간 경험과 식견을 축적해온 중견 디자이너 13인이 현 상황을 분석하고, ‘디자인 회생의 길’을 모색한 결과물을 한데 모아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