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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귀는 아주 깊은 우물입니다
당신의 비밀을 말해주세요
“여기가 구동치 사무실이 맞습니까?
이건 위험한 일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비밀을 묻어버리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다들 저를 믿죠.
알겠습니다. 구 탐정님을 믿겠습니다. 계약합시다.”
계보나 원천이 없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자극해온 소설가 김중혁이 세 권의 소설집과 세 권의 산문집에 이어 세번째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를 선보인다. 등단 15년의 구력과 김유정 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효석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 그리고 인기 팟캐스트에서 들려주는 재치 있는 입담 등 다양한 재능에서 비롯된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는 많지만 김중혁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김중혁 스스로가 그러한 화려한 수식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다만 즐기는 사람으로서 즐겁게 소설을 쓰며 우리에게 즐거운 소설을 가져다준다.
이번 소설은 ‘딜리터deleter’ 혹은 ‘딜리팅’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비밀을 탐정에게 의뢰해 세상에서 지워지게 하는 역시나 독특하고 재밌는 소재이다. 깊게 땅을 판 다음 음식물 쓰레기와 동물의 시체와 곰팡이와 사람의 땀과 녹슨 기계를 한데 묻고 50년 동안 숙성시키면 날 법한 냄새가 나는 비밀이 가득한 악어빌딩 4층에 자리한 구동치 탐정 사무실의 한적한 오후. 1920년대에 녹음된 이탈리어 테너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당신은 그토록 무미건조한 월요일에 나를 찾아왔군요. 이 세상의 덧없음을 아는 사람이여,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넙니다. 우리의 사랑만이 덧없는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월요일처럼 길고 길어요(p. 11).” 이 사무실에 손님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의 발자취를, 흔적을 지워주는 탐정 구동치와 계약한 사람은 죽은 뒤에 기억되고 싶은 부분만 남기고 떠날 수 있다. 힘 있는 재력가와 그의 추악한 비밀을 차지한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 그리고 그들로부터 비밀을 지워달라는 딜리팅 요청을 받은 구동치 탐정의 수사가 맞물려 있다. “살아 있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삶을 붙잡으려는 손짓이라면, 죽고 난 후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는 마음은, 어쩌면 삶을 더 세게 거머쥐려는 추한 욕망일 수도 있었다(p. 328).” 인간 누구나의 마음속에 숨겨진 이기적인 욕망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재미가 더해진 이 이야기는 작가 김중혁에게 또 한 번의 새로운 수식어를 선사할 것이며,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독서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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