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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란 욕망, 물숨
‘물숨’은 해녀들이 일컫는 물속에서의 호흡이다. ‘숨’의 길이는 정해져 있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늘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가지려 자신이 지닌 숨의 길이를 넘어 서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바다 깊은 곳에서 그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자신의 숨을 넘어서는 순간, 마치 다 써버린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을 들여 마시듯 숨을 먹고 차가운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다. 해녀들은 이를 두고 ‘물숨 먹는다’라고 일컫는다. 물숨은 곧 죽음이다. 그래서 물숨은 잘라내지 못한 욕망의 상징이다.
해녀들은 안다. 바다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순간 무덤으로 변하고, 욕망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바다는 인생의 넉넉한 품이 된다는 것을. 때때로 바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해녀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그 가혹한 바다가 다시 보기 싫을 만도 하건만 바다를 그리워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다시 뛰어드는 해녀들. 그녀들은 오늘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웃자란 욕망을 다스리며 살아간다. 욕심과 욕망은 곧 ‘물숨’을 불러오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