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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과연 재능이 있을까?”
‘창의성’이라는 말은 이미 닳을 대로 닳아버린, 진부한 말이 되어버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그 단어의 울림만으로도 격하게 매혹되었고, 삶의 어떤 거대하고 모호한 지향점을 부여받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말의 운명이란 얄궂은 것이어서, 이제 누구도 창의성이란 단어만으로는 정신이 약동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창의 인재’니 ‘창조 경제’니 하는 정치권의 슬로건과 결부되어 자칫 냉소마저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말이 진부해지면 생각이 협소해지는 법. ‘창의성’을 둘러싼 담론은 정확히 그 슬픈 루트에 진입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점점 공허한 수사가 되어가는 ‘창의성’을 원점부터 검토한다. 학생과 선생의 대화라는 소크라테스적인 문답 형식을 통해, 상투화된 개념을 그 뿌리부터 재再사유하는 것이다. 저자는 흔히 뭉뚱그려 쓰여 혼란을 초래하는 ‘재능’과 ‘창의성’을 예리하게 구분하고, 각각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재능이란 무엇인가’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이 과정에서 재능이 자연스레 ‘발견’되기보다는 억지로 ‘발명’되는 오늘날의 문제적 현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또한 창의성에 대한 몇 가지 전복적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를테면 창의성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사회적인 것이라는 점, 그리고 거대한 진부함의 토대 위에서 창의성의 꽃이 핀다는 점 등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이로써 저자는 이데올로기화라는 가파른 울타리에서 ‘창의성’을 끌고 나와 사유의 너른 들판으로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이는 “내게 과연 재능이 있을까?” “나는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라며 깊은 밤을 번민하는 수많은 (예비)창작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영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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