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슈타인 가아더, ‘환경’과 ‘철학’을 융합하다
‘환경’이라는 소재는 이미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학교 교육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배우는 건 물론이고, 매일같이 체험하고 있다. 예들 들어 이제는 몸에 배어 당연하게 행동하는 쓰레기 분리수거 역시‘환경’과 관련된 행위니까 말이다.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환경을 생각하자는 구호와 표어로 넘쳐난다. 일회용 물품을 줄이자,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물을 아껴 쓰자, 음식을 남기지 말자,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자 등등. 그러나 주변을 둘러봐도 청소년들에게‘왜 환경을 생각해야 하지?’에 대한 답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어떻게’에 대한 이야기는 넘치고 넘치는데,‘왜’에 대한 답은 없는 셈이다.
사실 왜 환경을 지키고, 왜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 사회의 이해관계가 이리저리 얽혀 있기도 하거니와, 우선적으로‘인간’의 복잡한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 문제에 대해 이해하려면 무작정 지켜야 할 행동 수칙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의 작가인 요슈타인 가아더는 주목받을 만하다. 환경이라는 핫 이슈를 철학으로 해석하는 융합적인 방식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슈타인 가아더는 철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어 전 세계에서 4,000만 부 이상 판매된 철학책《소피의 세계》의 저자인 만큼,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저자는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종의 말살도 개의치 않는 호전적인 동물이며, 후세대를 염두에 두지 않고 현실에만 급급한 자기중심적인 동물이면서, 지구가 망가지는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원이 고갈될 때까지 퍼 올리기만 하는 욕망의 화신이라고 신랄하게 고발한다. 하지만 이처럼 인간에 대해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은 지구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소중한 생물이면서 우주의 기원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 또한 인간의 본성이므로 현재까지 엇나간 부분을 곧 바로잡게 될 것이라는 희망까지 전달하고 있다.
《지구, 2084》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파괴로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한 미래의 지구를 그리고 있는 흥미진진한 과학 소설이자, 인간의 본성과 환경 사이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철학 논픽션이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은 쓰레기 분리수거처럼 당연한 일상생활이 되어버린‘환경 긍정적인 행동’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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