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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나이로 칠순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며 국악인생 5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오는 4월, 이를 기념하는 공연과 새 음반을 여러 분들 앞에서 선보이고자 합니다. 이번 음반은 거문고산조와 병창 한바탕을 각각 녹음하였습니다. 해가 갈수록 신쾌동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유산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이에 이번 음반은 신쾌동 선생님 영전에 바치고자 합니다. 막상 거문고 소리를 음반에 담고 보니 아쉬운 점이 남습니다만 늘 정진하며 노력하는 모습으로 다시 도전해 보고자 했습니다. 모쪼록 이 음반이 후학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6년 4월
중요무형문화재 제 16호 거문고산조
보유자 김 영 재
곡해설
CD -1 거문고 산조
첫째 음반에 담긴 내용은 거문고산조이다. 김영재 교수가 신쾌동 선생에게 처음에 배운 거문고 산조 한 바탕을 녹음한 것이라 한다. 판소리도 그렇고 산조도 그렇다. 처음 배운 가락에 뒤에 스스로 음악적 안목을 키워 터득한 많은 새로운 가락을 첨가하여 자기 양식으로 완성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가락이라는 것이 현란한 가락으로 가꿔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김영재 교수는 음반에 그 현란한 가락을 채우지 않고 16세 때 신쾌동 선생에게 처음 배운 순수한 가락을 그대로 담았다고 하였다. 장단은 배운 그대로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이고, 그 가락도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강직하고 정대한 가락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노련한 거장이신 신쾌동 스승과 순박한 소년 김영재 학생이 순수한 경지의 예술을 교감하는 정경을 그린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아 감동스럽다.
CD -2 거문고 병창
둘째 음반에는 거문고 병창을 주로 하여 취입하였다. 김영재 교수는 신쾌동 선생의 거문고 병창을 후세에 전하는 사업을 가장 소중한 의무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왜냐 하면 거문고 병창은 신쾌동 선생이 즐겨 불렀던 분야이고, 또 이를 후세에 남기고자 노심초사 하였던 것인데 스승이 타계한 이후로 오직 김영재 교수만이 이를 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반에는 신쾌동 선생이 즐겨 불렀던 '팔도 유람가', '적벽가 새타령'을 비롯하여 김영재 교수가 거문고에 올려 부른 '호남가', '춘향가 천자뒤풀이', '초한가'를 취입하였고, 이 밖에 새로 작곡한 '민속연례곡'을 담았다.
1) '팔도 유람가'
'팔도 유람가'는 신쾌동 선생이 가장 즐겨 불렀던 거문고 병창이다. 일명 '명기명창'으로 알려진 단가로 멋있는 풍류랑과 팔도 유람하는 재미있는 사설을 거문고에 얹어 부른 병창인데 김교수는 국악예술고등학교 1학년 때 신쾌동 선생에게 배운 것으로 회상하고 있다. 거문고의 정대한 성음에 얹어 나오는 성음이 언뜻 들으면 담담하고 간결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부침새가 보통 정교한 것이 아니고 성음 변화가 매우 다채로워 아무나 부를 수 있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영재 교수는 스승에게 배운 이 단가를 기회 있을 때마다 불러 그 전승에 애쓰고 있는 곡목이기도 하다.
2) '적벽가 새타령'
'적벽가 새타령' 또한 신쾌동 선생이 가장 즐겨 불렀던 거문고 병창이다. 본디 판소리 적벽가 한 대목으로 부르던 '새타령'을 거문고에 얹어 부르는 병창이다. 민요 '새타령'이 봄철에 온갖 새가 지저귀는 화창한 내용을 중중모리 장단에 평계면 즐거운 성음으로 부르는 노래인데 비하여, '적벽가 새타령'은 적벽대전에 패하여 오림산중으로 도망가는 조조의 겨울 행군에 적벽강 싸움에서 죽은 군사들의 영혼이 새가 되어 원망하여 우는 슬픈 내용을 느진중모리 장단에 진계면 슬픈 성음으로 부르는 비가이다. 거문고의 정대한 가락에 비장한 성음으로 표출되는 병창이라 아무나 도전할 만큼 쉬운 곡목이 아니다. 역시 신쾌동 선생의 추억이 담겨 있어 김 교수가 그 전승에 애쓰고 있는 곡목이기도 하다.
3) '호남가'
'호남가'는 단가이지만 가야금 병창으로도 많이 부르고 있다. 김 교수는 이것을 가야금 병창으로 배웠던 것인데, 이번에 음반을 위하여 거문고에 얹어 병창으로 부른 것이라고 한다. 호남 각 지방 이름의 뜻을 재미있게 풀이한 사설도 재미있지만 곡조 또한 아기자기하여 병창으로 애창되는 곡이다. 거문고의 정대한 성음에 얹어 부르는 '호남가' 병창은 새로운 별미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4) '천자 뒷풀이'
'천자 뒷풀이'는 판소리 '춘향가' 한 대목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중중모리 장단에 흥겨운 평조 성음으로 천자 글자를 재치 있는 문장으로 풀어내는 이 대목은 곡조가 아기자기하여 가야금병창에 얹어 부르기 하는데 김교수는 석관동 국악예술학교 재직 시 정권진 명창에게 판소리로 배웠던 것을 이번에 거문고 명창에 얹어 부른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 곡 또한 거문고 명창으로 처음 얹어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거문고 병창의 영역을 확대하는 작업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5) '초한가'
'초한가'는 본디 서도 좌창이라 누구도 거문고 병창에 얹어 부른 역사가 없다. 김영재 교수가 평소에 좋아 하던 소리라 이정렬, 이반도화, 묵계월 명창이 부르던 소리를 듣고 배워서 이번에 처음 거문고 병창에 얹어 부른 것이라 한다. 불규칙한 장단에 서도의 수심가토리 특이한 성음을 거문고에 얹어 부르는 것이라 누구도 도전하기 어려운 곡이기도 하다. 이것이 거문고 병창이 서도소리 영역으로 확대되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6) '민속연례곡'
기산 박헌봉 선생은 국악 실기도 하였지만 본디 한학에 깊은 선비였던지라 한시도 지었고 우리말 노래 가사도 많이 지은 바 있다. 많은 것들이 선생의 저서 "창악대강"에 실려 있지만 이밖에도 국악예술학교 교가, 성금연 선생이 작곡한 '돌쪼시' 등 수많은 노랫말을 지으셨다. 이 '민속연례곡' 또한 기산 박헌봉 선생이 지은 노랫말에 김 교수가 작곡한 신작이다.
김 교수는 “이 '민속연례곡'은 기산 박헌봉 선생님의 저서 "창악대강"에 있는 가사를 바탕으로 석관동 한국국악예술학교 재직 시에 관현악으로 작곡하여 연주하였던 것을 이번에 가야금과 거문고 병창으로 작곡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궁중에 연례악이 있었지만 민간에서 이를 쓰기에는 너무 버거운 것이라 민간에 쓸 수 있는 민속연례곡을 위하여 작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박헌봉 선생도 많이 고심하여 노랫말을 지은 것으로 보이고, 김영재 교수도 많이 숙고하여 곡을 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전통연례문화가 황폐화되고 있고 게다가 서구화되어 우리 연례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민속연례곡은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