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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는 『막시밀리앙 헬러』를 표절했는가?
『주홍색 연구』보다 16년 앞서 발표된 『막시밀리앙 헬러』
단지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기엔 닮은 점이 너무 많다!
“훤칠한 키에 마른 체형의 은둔형 천재, 사실적 단서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그에 철저하게 입각한 비상한 추리력, 화학과 범죄학에 관한 전문지식, 변장술의 달인, 인간 혐오와 염세관이 결합된 냉소적 취향, 열광과 침잠이 반복되는 조울 증상과 신경질적 카리스마가 혼재하는 복잡한 퍼스낼리티, 약물을 통한 인위적인 자극에 탐닉하는 악습, 화자(narrator) 역할을 하는 의사 친구, 신출귀몰한 범죄자와의 서로를 인정하는 라이벌 관계, 최종적인 사건 해결의 공적을 경찰에 넘기고 자신은 뒤로 물러나 유유자적하는 스타일…….”
위의 묘사들을 통해 단연코 추리문학의 대표 아이콘 셜록 홈스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독자들은 이제 두 번 놀랄 각오를 해야 한다. 첫째, 그는 셜록 홈스가 아니라는 점. 둘째, 그는 셜록 홈스보다 무려 16년 앞서(『막시밀리앙 헬러』가 출간된 건 1871년, ‘셜록 홈스’는 1887년 12월 《비튼즈 크리스마스 연보》에 실린 「주홍색 연구」를 통해 추리문학계에 데뷔했다) 이미 그러한 탐정의 매력적인 전형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는 사실이다!
『막시밀리앙 헬러』는 프랑스 작가 앙리 코뱅(Henry Cauvain, 1847~1899)이 24세의 나이에 처음 발표한 장편 추리소설이다. ‘추리문학의 밤하늘을 혜성처럼 가르고 지나갔다’라는 표현이 그 이상 잘 어울릴 수 없을 만큼, 이 작품을 에워싼 아우라는 강렬하고 신비스럽다. 인물의 심리묘사라든가 굴곡진 사연의 나열 같은, 이른바 ‘드라마’를 일절 배제하고 오직 사건의 빠른 전개만을 파고든 작품 구조는 19세기 장편소설로는 쉽게 착안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결말 단계에 이르러 탐정이 모든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곳곳에 복선과 단서들을 심어두고 독자가 직접 추리해나가게끔 유도하는 방식 또한 당시로선 대단히 참신한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놀라운 걸작에 대한 대중적 호응을 뒤로 한 채 14년이 지나 그와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의 작품 「피투성이 손(La Main sanglante)」(1885)을 발표한다. 이로써 그가 생전에 발표한 추리소설은 단 두 편에 그치지만 앙리 코뱅이라는 이름, 특히 『막시밀리앙 헬러』는 추리문학사상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과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 사이에 맥을 잇는 ― 이른바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에 해당하는 ― 매우 중요하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문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