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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와 페미니즘,
그 끝없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남자는 울면 안 돼!”
세상에 나온 지 4~5년밖에 안 된 어린 남자아이에게도 익숙할 이 한마디에는 많은 사회적 통념이 담겨 있다. 남자는 강해야 하고, 약한 것들을 지켜야 하며, 사람들 앞에서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은 오직 분노뿐이다. 하지만 그 강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다. ‘보호’를 받는 ‘나약한 존재’로서의 여성이 그로 인해 행복해졌는지 또한 의문이다. 남자도 여자도 행복해지지 않았다. 혹시 태어나는 순간부터 강요받아 온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교적 열린 성의식을 가진 미국에서조차 남성에 대한 성性역할은 여성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로 보다 폭넓게 강요되어 왔다. 이 책의 단초가 된 TED 강연 “A Call To Men(한국어 번역 제목: 남자들에게 고함)”이 미국 현지에서도 이토록 화제가 되었으니 말이다. 강연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토니 포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남자다움’을 의심한다. 그는 남자를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을 ‘맨박스(man box)’로 규정하고 이를 깨부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남성이 남들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괜찮고,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그냥 친구로만 지내는 이성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는 ‘남자로서 가질 수 있는 훌륭한 자산(매사에 성실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이나 애인 또는 아버지로서의 자긍심)’은 지키되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동료이자 누군가의 애인,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아들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평범한 남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또한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남자 여자 편을 가르고 정신없이 싸우느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남자 대 여자로 싸워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대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든 남혐과 여혐, 그 끝나지 않는 전쟁의 해답이 어쩌면 여기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