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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설적 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가 남긴 바흐 연주들은 독특하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연주에서 즐겨쓰던 템포 루바토가 바흐의 경우에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전주곡과 푸가>는 청교도적 금욕주의가 느껴질 만큼 매우 엄격하게 연주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동일한 템포와 다이나믹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글렌 굴드가 우리를 놀랍게 하기 훨씬 어래전부터 유디나는 모든 성부를 천재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수정과도 같은 명료한 아티큘레이션을 선보인다. 또한 각 주제를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강조 없이도 완전히 명료하게 제시해준다. 이를 통해 유디나는 표현에 있어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각 전주곡과 푸가의 진정한 본성을 천재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