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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를 잇는 아름다운 위선의 고백서
유시민과 고병권「수유+너머」이 함께 추천하는 소설
시처럼 간결한 19세기 소녀의 일기. 하루하루의 일상을 담고 있지만 현대 독자의 눈으로 보면 경악할 만한 사건의 기록이다. 네덜란드의 식민지 남아메리카 수리남에 사는 백인 소녀 마리아. 마리아는 어서 빨리 어른이 되어서 좋아하는 백인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 14살 생일에 마리아는 어른이 된 기념으로 흑인 노예를 선물로 받는다. 처음에는 어린 흑인 노예가 신기한 관찰 대상일 뿐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리아도 꼬꼬를 부리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노예를 다룰 채찍도 선물 받는다. 그렇게 19세기 남아메리카 수리남의 부유한 농장주의 딸 마리아의 삶은 달콤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런 마리아의 삶에도 차츰 고민이 생기게 되는데......
작가는 직접 나서서 소녀의 악행에 대해 어떠한 멘트도, 소녀의 악행에 반동하는 인물도 등장시키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소녀의 일상을 이야기할 뿐이다. 우리는 반성과 성찰을 모르는 순진한 소녀가 어떤 일까지 벌이게 되는지 추적하게 된다. 그런데 2백 년 전 악녀와 우리 시대의 팜므 파탈의 모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공통점은 무엇일까? 역사의식과 성찰을 모르는 순진한 악녀의 진짜 모습을 목도하는 순간, 우리 역시 순진한 악녀가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