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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자들이 그 옛날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따라 실크로드 대장정의 길을 나선다. 하지만 '문장'이 된다 하여 모두 '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유수의 프랑스 신문 정치사회부 기자로 잔뼈가 굵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63세 은퇴의 나이에 이 여행을 결심했을 때에도 많은 이들이 그런 우려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가 흙먼지 냄새 가득한 한 웅큼의 원고를 가지고 돌아왔을 때, 그들은 깊은 사유와 역사 문화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이 고루 배어 있는 이 아름다운 문장에서 '인생'을 보았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099일간 그가 남긴 여행의 기록에는 순례자의 경건한 침묵과, 30여년간 숨가쁘게 뛰어왔던 퇴직 기자의 한결 여유로워진 사유, 그리고 독학으로 공부했던 사람들에게서 자주 보여지는 열렬한 독서광으로서의 지식이 그득 묻어난다. 마르코 폴로가 남긴 기록을 토대로 대상 숙소의 역사와 모양, 쓰임새를 설명하고 로마 제국 시대의 실크로드 무역을 증언하는 플리니우스를 떠올리는가 하면, 알렉산드로스 대왕, 징기즈 칸, 진시황, 한무제 등 실크로드의 역사를 수놓은 여러 제왕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베네치아와 이즈미르(Izmir)를 오가는 터키의 대형 페리호에서 시작된 여정은 불타는 카라쿰 사막, 실크로드 마지막 구간인 눈덮인 파미르와 아직까지도 천일야화 시대와 같은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도시 카스를 거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리고 그가 여정의 끝에서 본 것은...? 그의 고백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필요한 지방은 모두 날아가고 천연의 마약인 엔도르핀이 몽글몽글 분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듯. 저 넓은 대륙으로 그들이 품어온 유수한 인물들의 역사로 시야가 확, 넓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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