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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등단한 김상미 시인이 우리 문단에 선보인 시들의 존재감은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하고 깊다. 이토록 입말 글말을 예쁘게 또 천진하게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가 있을까 싶게 시 한 편 한 편에 내재된 형용을 탁월하게 빚고 있는 개성적인 시인이다.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는 프란츠 카프카, 마르키 드 사드, 르네 샤르, 고골, 바흐만, 거투르드 스타인, 콜레트, 애드거 앨런 포, 폴 발레리, 카렐 차페크, 나보코프!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11인의 문학 연금술사들, 그들의 창작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시인의 에세이다. 시인은 그들이 남긴 작품과 인생을 통해 그들이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그들이 누구와 사랑을 나누다 헤어졌는지, 그들이 자신의 예술을 위해 어떻게 온몸을 불살랐는지…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들을 이 지상으로 불러낸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시대, 먼 과거의 사람들임에도 그들이 겪은 고뇌와 사랑, 희망과 절망들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것들과 전혀 무관하지도 또한 다르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 시대의 삶이 간절히 원하는 대답을 그들에게서 찾아 낼 때가 더 많았다. 체코의 세계적인 작가이자 시인인 밀란 쿤데라는 ‘시인이 된다는 것은 늘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이 책에 초대된 11인의 작가들은 쉽게 절망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희망을 끝까지, 절망을 끝까지 추구했다. 그 때문에 시대가 변하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그들을 계속 찾게 되고 불러내게 되고, 그들에게서 발견한 ‘뭔가 특별한 것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시인은 문학소녀시절부터 사랑하고 사랑한 작가들, 삶 자체가 문학의 원형상징(archetypal-symbol)인 이들 11인의 작가들을 시적 영감 가득한 문장으로 이 지상으로 불러낸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선물’인 동시에 ‘매혹’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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