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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가 애써 묵살하는 10대 미혼모들의 절망적 현실을
슬픈 다큐멘터리로 엮어내는 노경실 작가의 성장소설
열일곱 살 미혼모 이야기.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면서도 기성세대들이 애써 묵살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실화에 바탕한 한 편의 슬픈 다큐멘터리로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이제 겨우 열일곱 살,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서 자기 몸에 나타나는 성(性)의 징후조차 충분히 알지 못하는 나이에 느닷없는 임신으로 인생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 소녀가 여기 있다. 놀랍게도 그 아이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무탈하게 자라온 지극히 평범한 여고 1학년생이다. 저자가 이 소설에서 두 눈 부릅뜨고 주목하는 문제는, 이제는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일부 10대 청소년들의 난잡한 성 문화 얘기가 아니다. 아이를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한가한 담론은 더욱 아니다. 열일곱 살 소녀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봉착하게 되는 절망적 현실에 작가는 현미경을 들이댄다.
잔인하리만치 냉정한 세상의 벽 앞에서 나날이 지리멸렬해져 가는 소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10대 미혼모 이야기가 결코 다른 세상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혼모 아이들의 분별없음을 탓하기 전에 모든 이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반드시 인식해야 할 문제가 우리 주변에 널려 있음을 작가는 통렬히 일깨운다. 기성세대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문학의 공간에 끄집어내어 우리 모두에게 10대 미혼모들을 주목할 책임이 있음을 일깨우는 작가의 손이 세상의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거기서 지금, 한 소녀가 울고 있다. 너무도 많은 10대 소녀들이 그 아이와 똑같은 고통을 껴안은 채 세상의 변두리에서 울고 있다. 그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이 실은 모든 이들의 눈물이 되어야 함을 웅변하는 노경실 작가의 붓끝이 독자의 가슴을 찌른다.
※ 노경실 작가 '열일곱 울지 마' 저자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