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책읽기교실 네 번째 권. 한국의 대표 동화 작가이자 어린이 문학의 베스트셀러 [달님은 알지요]를 쓴 김향이 작가의 작품입니다. ‘용알’로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 엄마는 그저 ‘잔소리 대마왕’일 뿐입니다. 작가는 [이 녀석이 그 녀석]의 주인공 채린이와 왕뚜껑 이야기를 통해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보다는 아이 스스로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저자 김향이는 전북 임실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1991년 [세발 자전거]로 현대아동문학상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같은 해에 [베틀노래 흐르는 방]으로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1993년 장편 동화 [달님은 알지요]로 삼성문학상을 받았고 이 책이 2003년 MBC 느낌표!에 선정되면서 태국과 프랑스어로도 소개되었습니다. 잔잔하면서 도 감칠맛과 울림이 있는 특유의 문체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글을 쓰는 우리 시대 대표 동화 작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무녀리네 엄마 개순이] 등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비롯해 [쌀뱅이를 아시나요], [내 이름은 나답게], [사랑 나무], [캄소콩], [그날 밤 인형의 집에서]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허구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광고와 홍보 분야에서 일하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책에 그림 그리는 일을 해 왔습니다. 자유롭고 활달한 구도와 색감 등을 통해 위트가 넘치는 개성 가득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멍청한 두덕 씨와 왕도둑], [겨자씨의 꿈], [처음으로 쓴 편지] 등이 있습니다.
올빼미 삼촌 왕뚜껑 길동무 여왕 폐하 이 녀석이 그 녀석 탈출 자유 기타 꽃신 깜짝 생신 파티 창작동요제 작가의 말
모두의 생각을 바꾸어 버린 ‘그 녀석’의 비밀 채린이는 3학년이 되도록 엄마 조종을 받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데 익숙해 있었어요. 모든 일을 할머니가 대신 해 줘서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었지요. 그러다가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그 녀석’ 왕뚜껑과 친구가 되면서 자기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점차 깨닫게 되었지요. 할머니한테 늘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채린이 삼촌도 채린이와 함께 성실히 기타를 배우며 노력하는 ‘그 녀석’을 보면서 잊고 있던 열정을 되찾고 직업까지 갖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왕뚜껑의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대할 뻔했던 엄마의 생각이 바뀐 것도 바로 ‘그 녀석’ 왕뚜껑 때문이었어요. 겉보기엔 얼뜨기처럼 보여도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속이 꽉 찬 왕뚜껑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았던 것이지요. 우리 시대 대표 동화 작가 김향이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행복 주권’ 방과 후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대한민국 ‘초딩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는 어른이 해야 한다고 정해 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공부하고 생활하느라 그 또래에 누려야 할 즐거움과 권리를 빼앗기고 치열한 경쟁적 삶에 일찌감치 매몰되어 있는 모습은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어린이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고, 어린이의 의견은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문제 및 결정 과정에 참작돼야 한다’고 규정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그저 다른 나라 아이들의 이야기인 걸까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동화 작가 김향이는 [이 녀석이 그 녀석]의 두 주인공 채린이와 왕뚜껑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 필요한 것에 대해 고민하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구하며 결론을 내림으로써 더 신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준엄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채린이를 다독이고 감싸 안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할머니의 팔베개 맛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연민이자 나름의 사랑 표현’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 녀석이 그 녀석]은 잔잔하면서도 감칠맛과 울림이 있는 작가 특유의 문체로 아이들이 마치 자기 이야기인 양 공감하며 푹 빠져들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맛깔스러운 동화입니다. ‘행복 주권’을 빼앗기고 있는 아이들의 고단한 현실을 ‘어린이의 눈물을 씻어 주고 위로하며 행복하게 해 주는 글’로 따뜻이 어루만지는 유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