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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칼」로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으며 등단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은 김규나의 첫 장편소설 『트러스트미』가 오베이북스 소설선 01번으로 출간되었다. 『트러스트미』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놀라운 서사, 울림이 깃든 아름다운 문장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단번에 잡은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요 키워드인 죽음, 관계의 ‘단절’이 어떻게 ‘회복’으로 이어지는지, 주인공 강무훤을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그가 새롭게 만나게 되는 인물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전개되는데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 독자들에게 강렬하게 다가간다.
지하철 5호선 기관사인 강무훤은 모델 지망생인 유리가 런웨이에 설 수 없는 걸음걸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전철에 뛰어드는 자살을 시도하면서 평화롭던 그의 삶이 한꺼번에 파괴된다. 그 사건 이후 강무훤의 왼쪽 눈에 어느 날 장미가시처럼 연약하고 푸릇한 가시가 돋는다. 가시는 곧 열대과일 람부탄처럼 수십 개로 늘어나고 결국 병원을 찾지만 세계적 권위를 가졌다는 안과 전문의는 그에게 적출을 권한다.
한편, 어딘가에서 강무훤의 증세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메일이 날아든다. “당신은 무엇입니까?”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지금 클릭하세요.” 도무지 어디로부터 왔는지, 누가 보냈는지, 무슨 내용인지조차 확인할 길 없는 장난 같은 이메일. 강무훤은 그 발신자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을 통해 유일하게 자신을 치료해줄 늙은 노인 최주결 박사를 만난다. 그러나 박사는 강무훤에게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라고 말하고 그럴수록 강무훤은 더욱 살고 싶고 살아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찾으려 하고 결국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의 단절, 자신과의 불화, 자신을 이해하고 믿고 용서하는 의미를 알아가게 된다.
15일 간 죽음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의 탄탄하고 밀도 높은 전개, 인간과 삶을 조망하는 작가의 세계관을 통해, 작품을 읽는 동안 독자는 치유와 위안과 사랑, 가족을 돌아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