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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임꺽정 (총20권/완결) 세트도서입니다.
백정으로 태어나 난세에 맞서는 의적이 되기까지
이두호의 붓끝에서 살아나는 임꺽정의 삶
《만화 임꺽정》은 1991년부터 5년 3개월 동안 신문에 연재가 되었던 작품으로, 그 후 지금까지 두 차례 단행본으로 선보였다. 1996년 프레스빌에서 21권으로, 2002년 자음과모음에서 32권으로 재출간된 바 있다. 프레스빌 판은 청소년 독자를 겨냥해 신문 연재분에서 500쪽 이상 삭제된 아쉬움이 있고 이를 되살린 자음과모음 판은 절판되어 현재 온라인상에서 매니아들 사이에 몇 십만 원에 호가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재복간은 이 같은 독자들의 갈증을 덜어줄 마지막 기회라 하겠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지 15년 만에 나오는 이번 복간본은 각 권의 표지를 재출간을 기념하여 작가가 새로 그렸다.
백정의 눈을 통한 사회모순 고발
임꺽정은 실존 인물이다. 《명종실록》에는 조선 13대 왕인 명종 14년(1559) 영의정 상진 등 당대 최고 권력자들이 모여 황해도 일대를 휩쓰는 임꺽정의 도적떼를 없앨 대책을 논의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임꺽정 무리가 평안도, 경기 지역까지 세를 넓히면서 3년간 활동하는 동안 가짜 임꺽정 소동이 벌어지는 등 여러 벼슬아치들이 곤욕을 치렀다.
실록의 서술 몇 줄에 그친 임꺽정을 민중의 영웅으로 재탄생시킨 이가, 일제강점기에 이광수 등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천재로 꼽히던 벽초 홍명희다. 언론인· 교사로 독립운동에도 가세했던 그는 1928년 11월 <조선일보>에 소설 《임꺽정》 연재를 시작해 몇 번의 연재중단을 거치며 1940년 10월까지 연재했다.
소설은 생생한 묘사, 풍성한 우리말 구사로 “조선 현대 문학의 거탑” “동양 최초의 대작이며 우리의 생활사전” “조선어 광구의 노다지” 등 문학적 호평을 받는 한편 당시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이는 사회주의적 계급의식이 강했던 벽초가 임꺽정이란 백정의 눈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려 했던 집필 의도가 호응을 얻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천하 명궁 이봉학 등 수호지를 방불케 하는 임꺽정의 ‘형제들’ 이야기가 지닌 흡인력 덕분이기도 하다.
벽초의 문학성을 온전히 살려낸 한국적 붓 터치
이후 임꺽정을 소재로 한 여러 판본의 소설과 만화가 나왔지만 큰 틀에서 벽초의 임꺽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만화 임꺽정》 또한 벽초의 작품을 토대로 하지만 이른바 ‘바지저고리 만화’라는 한국적 만화의 대가 이두호 화백이 벽초의 사회의식과 향토성을 살리면서도 새롭게 구성하고 그려냈기에 또 다른 ‘걸작’으로 꼽힌다. 이 화백이 이 작품으로 1996년 한국만화문화상을 받았고 2013년엔 프랑스에서 불어판이 출간돼 큰 인기를 모았다는 두 가지 사실이 《만화 임꺽정》의 작품성을 증언한다.
이두호 화백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5년여간 <스포츠조선>에 《만화 임꺽정》을 연재했다. 벽초의 작품에 더해 《대동야승》 등 96가지의 참고서적, 박물관· 민속촌 등 숱한 현장답사를 바탕으로 그만의 임꺽정을 창조해냈다. 그러는 동안 숱한 뒷이야기를 남겼다. 스포츠신문 사상 최장기 연재 극화라는 점도 그렇고,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8시간씩 작업에 매달리느라 쇠로 된 펜촉이 하루 두 개씩 망가졌다든가 관련 자료를 정리한 노트가 수십 권에 달한다는 일화도 그렇다.
소설과는 다른 캐릭터, 만화 특유의 빛나는 상상력
임꺽정과 우정을 맺지만 연정을 지키기 위해 다른 길을 가는 마빡이란 캐릭터를 등장시켜 당대의 세도가 윤원형의 첩 정난정의 전횡을 그려내는 등 소설과 다른 장치를 다수 마련했다. 소설 속에서 각각 표창과 돌팔매의 명수인 박유복과 배돌석을 합쳐 조금맹으로 등장시키는 등 ‘의형제’를 7명에서 6명으로 줄인 것 역시 이 화백의 고심의 결과이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미완으로 끝난 벽초의 임꺽정과 달리 이두호의 《만화 임꺽정》은 야사집 《기재잡기》에 기대어 임꺽정의 최후를 담았다는 점이다. 관군의 화살 세례로 온몸이 벌집이 된 채 스러지는 임꺽정의 라스트신은 비장미마저 풍긴다. 이러한 미덕에 힘입어 설사 소설 임꺽정을 읽었더라도 《만화 임꺽정》을 읽는 재미는 각별하다.
무엇보다 《만화 임꺽정》은 임꺽정과 그 동료들이 도적이 될 수밖에 없던 타당한 이유를 그리는 한편 한양에 간 임꺽정이 산채의 재물을 펑펑 쓰면서 세 명의 첩을 두는 등 인간적 약점까지 담아내는 등 ‘보통 사람’ 임꺽정을 성공적으로 재탄생시켰다.
우리는 ‘임꺽정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임꺽정은 홍길동, 장길산과 더불어 조선시대 3대 도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대가 낳고 세상이 키운” 도적 아닌 도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소설, 영화, TV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는데 이는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부조리한 상황이 ‘현재’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다. ‘3포 세대’ ‘5포 세대’란 말과 더불어 ‘헬조선’이란 말이 생명력을 가지고 오르내리는 실정이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행복한 이는 도둑 아니면 바보”라는 말이 설득력을 지니지 않았는가. 게다가 지금 우리는 이른바 ‘적폐 청산’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권력층의 부패와 전횡을 목격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화 임꺽정》에서 그려지는 박차복의 개인적 악행, 정난정을 통해 보여주는 국정농단, 보우스님과 그 일당에 의해 자행되는 호가호위의 악행, 서림으로 대표되는 ‘먹물’의 배신을 보면 시대의 모순이 피부에 와닿는다. 그러기에 비록 ‘실패한 혁명’으로 끝났지만 임꺽정의 행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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