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씨의 아침 식사]는 제목부터 신기한 인상을 풍깁니다. 나씨는 도대체 누구이며, 왜 우리가 이 나씨의 아침식사에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나씨의 아침식사]는 엄마가 준비해 주고 나간 만두 네 알, 이 아침 식사를 먹기 위한 나씨의 고군분투 스토리입니다. 원래 느려터지게 태어난 탓에 한달음에 달려가 먹을 수 있는 만두 네 알을 먹기 위해 해가 떠서 중천에 걸리고 뉘엿뉘엿 질 때까지 천~천~히, 그러나 불평 없이 쉬지 않고 정진하는 나씨의 모습은 ‘빠름’을 요구하고 고집하는 현대인들에게 ‘속터짐'을 유발합니다. 예상치 못한 방식의 일침입니다. 중간에 개미가 한 입, 파리가 한 입, 소중한 아침 식사에 손 대는 이 객식구들을 바라보며 속상해하거나 포기할 만도 하련만, 나씨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지극히 일상적인 이 아침 식사가 숭고하게까지 느껴질까요. 밤새도록 이어진 나씨의 아침 식사는 다음 날 해가 지도록 설거지로 이어집니다. 늦었다고 하기도 뭐한, 다 식은 만두 네 알을 감사히 먹고 의연하게 설거지에 임하는 나씨의 뒷모습에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이 풍겨 나옵니다. ‘저 설거지는 또 언제까지 하려고?’라는 질책보다 ‘파이팅!’을 외쳐 주고 싶은 순간입니다.
저자 미안은 너무 느렸다가 어쩔 수 없이 약간 느려진 사람입니다. 빠른 시대에 살지만 조금 천천히 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시각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전공한 후, 느림의 대표 주자 ‘나씨‘ 캐릭터로 다양한 콘텐츠를 구상 중입니다.
느려도 할 건 다하는 캐릭터 나씨와 슬로우모션 이미지 구성이 만나 이룬 느림의 미학 미안 작가는 자신을 ‘너무 느렸다가 어쩔 수 없이 약간 느려진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빠른 시대에 살지만 조금 천천히 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라는 말로 [나씨의 아침 식사]를 설명합니다. 흡사 나씨에게 작가 자신을 투영한 듯! [나씨의 아침 식사] 속 나씨는 먹히기를 기다려야 하는 만두 네 알 친구들의 말처럼 ‘속 터지는’ 캐릭터입니다. 만두 찜기가 있는 곳까지 가는 데 꼬박 하루를 투자할 정도로 기막힌 존재이지요. 미안 작가는 마치 슬로우모션 버튼을 누르고 영상 촬영을 한 듯, 나씨의 세밀한 움직임을 장면 장면에 표현했습니다. 별다른 배경 묘사나 화려한 색감이 있는 건 아닌데도, 독자가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런 나씨의 변화에 주목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한 탓입니다. 나씨의 전진, 폈다 오므리는 팔 움직임, 긴 털들의 작은 떨림, 살짝 열어 둔 입술이 크게 벌어지는 그 순간을 포착하기까지, 혹자는 휙휙 넘기며 결말을 볼 테지만, 다시금 이내 처음으로 돌아가 느려터진 이 식사에 기꺼이 동참하게 합니다. [나씨의 아침 식사]는 느리지만 갈 길을 가는 자의 꿋꿋함, 느림의 미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읽고 카드 게임 같이 하실래요? 재밌어요! [나씨의 아침 식사]에는 그림책 스토리에 기반한 카드 게임이 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자가 직접 만두를 먹으러 가는 나씨 편과 나씨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버티는 만두 편이 되어 두뇌 게임을 진행하게 되지요. 그림책이 나씨의 아침 식사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전문 게임 설계자 정연민 작가가 기획한 카드 게임은 나씨와 만두, 양쪽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 스토리의 신선함이 배가되었습니다. [나씨의 아침 식사]에서 이 카드 게임은 빨리만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아빠다리 하고 앉아 편히 쉬어갈 수 있는 돗자리 같은 마음의 공간입니다. 소소한 놀이로도 금세 어릴 적 유희를 소환해 내는 우리에게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때로는 지친 마음 쉬어 가라고 수줍게 내미는 손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