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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삶이 두 노인을 배신한다
“우리는 나이든 사람들을 두고 가지 않을 수 없소.”
그 땅에서 (두 늙은 여자) 단둘이 남겨져 스스로 삶을 꾸려가야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곧 죽음을 의미했다.
겨울 기근이 닥치자 전체가 굶어죽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알래스카 그위친 부족의 우두머리는 그동안 돌보던 두 노인을 눈벌판에 두고 가기로 결정한다. 언제나 상석에 앉고 늘 먼저 음식을 먹던 두 늙은 여인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얼음 벌판에 단둘이 남았다.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들고 맹수의 울음소리가 가깝고 배는 고파오고 밤은 길다. 두 늙은 여인은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과거를 돌아보며 무력감과 배신감에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눈길을 외면하던 이웃과 친딸과 손자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이들은 곧 꽁꽁 언 시신으로 발견될 것이다.
각자의 생존 앞에서 약한 노인을 돌봐야 한다는 잘 운영되는 사회만의 합의는 깨어지고, 친족들조차 리더의 결정에 그 어떤 항의도 하지 않는다. 모두 침묵한다. “끊임없이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쑤신다고 불평을 해댔고, 자신들이 늙고 약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언제나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남은 생을 그럭저럭 평화롭게 마무리할 작정이었던 두 늙은 여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이다. 이들을 모욕감이 강타한다.
자신들을 돌보아주는 대가로 그들은 바느질을 하고 동물의 가죽을 무두질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이곳저곳 짐짝처럼 옮겨질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힘이 없는 것도,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에게 죽음을 선고한 것이다.
이 책 『두 늙은 여인』은 첫 페이지부터 가혹한 상황이 펼쳐진다. 기근에 직면한 부족, 아이들의 죽음, 리더의 잔인한 결정, 공동체와 가족의 배신, 버려진 자의 모욕감, 떠나는 자들의 수치심. 열 쪽 남짓한 분량에 인간이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황과 감정이 눈보라처럼 정신없이 독자들을 휘몰아친다. 결론 역시 빠르다. 남겨진 아니 버려진 두 늙은 여인 중 한 노인이 이렇게 말한다.
“그래, 사람들은 우리에게 죽음을 선고했어!
그들은 우리가 너무 늙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여기지.
우리 역시 지난날 열심히 일했고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잊어버렸어!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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