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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름의 오후 12시 55분 국영라디오 채널 ‘프랑스 앵테르’의 청취자들은 먼 과거의 시들이 울리는 것을 듣게 된다. 낯설지만 잘 알려진 시들, 친숙하고도 낯선 시들, 9세기부터 15세기까지의 시들. “왜 중세인가?”라는 첫 번째 방송으로 시작된 이 3분 30초 동안의 오래된 프랑스어, 그래서 젊었던 프랑스어의 울림은 마흔 번에 걸쳐 청취자들을 매혹과 사랑의 노래가 태동했던 시대로 이끌었다. 다름 아닌 중세, “종종 무지와 잔혹함으로 얼룩진 어둡고 난폭한 시대”인 중세이다. “Bienvenue au Moyen Age”, “중세에 잘 오셨습니다, 중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책의 원제이다.
저자는 원고를 쓰고 방송을 통해 낭독했으며, 그렇게 낭독한 것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그렇게 들려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마치 중세 문학의 태동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중세 문학은 들려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귀를 통해 중세 문학을 누린다.”
“중세의 경우,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책을 읽는 일은 별로 없었고, 이는 지극히 드문 경우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듣는다. 가난한 자들은 광장에서 종글뢰르가 하는 이야기를, 힘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커다란 연회실에서 그의 전속 사제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구술자이자 저자인 미셸 쟁크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비명/문학 아카데미 종신 사무총장, 콜레주 드 프랑스 명예교수이면서, 문헌학자, 중세 문학 전문가, 그리고 소설가로서 9세기의 가장 오래된 프랑스 시 [성녀 욀랄리 연송]부터 15세기 프랑수아 비용의 [유언의 노래]까지 중세 프랑스 문학의 노정에 독자들을 안내한다. “물론, 세상에 중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세 시는 그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또 그리도 가까이 있어 거기서 우리는 우리를 다시 보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세 문학은 지나간 한 세계에서 온 것이라는 점이다. 중세 문학은 오늘의 우리가 생각했던 것을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니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바로 그 대목에 주의를 기울인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숱한 암시들로 가득한 중세 문학을 보다 정확하게 해독하고 한층 더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지나온 젊은 시절처럼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싱그러워진 중세 문학에서 보다 더 생생한 즐거움을 느끼도록 한다.
[ 롤랑의 노래]로 대표되는, 전사 영웅의 무훈시와 작은 필사본 끄트머리에 급하게 필사되어 운율도 없는, 여자들의 바느질 노래들, 멀리 있는 사랑에 대한 숭고하고 희생적인 그러나 욕망의 괴로움과 채워지지 않은 쓰라림의 어떤 사랑들, 아서 왕과 그의 길 떠나 방랑하는 기사들, 그릇에서 잔으로 그랄, 즉 성배의 변모,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페르스발의 고통스러운 입문 수련, 미약의 효과가 사라지고 나서야 진정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트리스탄과 이죄, 저주받은 질병과 비참한 현실과 악덕으로 저주받은 시인들의 시조가 되었던 시인들의 고별과 유언들, 저자가 들려 주는, 읽어 주는 이 모든 것들은 죽음과 광기와 맹목의 어두운 시대가 아니라, 우리 앞에 존재했던 한 장구한 시대, 사랑과 매혹과 거친 열정과 쓰라린 운명을 다양한 목소리로 노래할 줄 알았던 한 젊은 시대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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