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이미지
이전
평온한 일상에 만족하며 접어두었던 사랑
그런 사랑에, 세상에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그녀
조금은 내성적인 성격의 공진솔은 9년 차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다. 가을 개편을 맞아 진솔이 맡고 있는 전통가요 프로그램 <노래 실은 꽃마차>의 담당 피디가 바뀐다는 말에 낯가림이 심한 진솔은 부담감을 느낀다. 더군다나 새 피디 이건은 시인으로, 진솔은 글 쓰는 피디가 자신이 쓴 원고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첫 미팅에서 진솔은 건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태연한 척, 베테랑인 척하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그때 무심코 펼쳐놓은 진솔의 다이어리를 본 건은 뻔뻔스럽게도 그녀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 “올해의 목표 ‘연연하지 말자’. 어디에 연연하지 말잔 거예요?” 언짢아하는 진솔과는 달리 건은 학생처럼 다이어리에 ‘올해의 목표’를 써둔 그녀가 궁금해진다. 한편 건의 시집을 읽은 진솔의 마음은 풍랑을 만난 듯 어지럽다. 차가운 듯하면서도 뜨겁게 델 것 같기도 한 그의 시. 진솔은 건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그 규칙을 지키는 게 당연한 듯이 살아온 진솔은 건을 만난 후 처음으로 먼저 세상과 사랑을 향해 문을 열어달라고 용기 내어 노크해본다. 그러나 한 번의 두드림에 쉽사리 열리지 않자 얼른 없던 일로 하고 철수하려고 한다. 안 그래도 만만치 않은 삶에, 어려운 사랑까지 보태고 싶지 않았던 진솔의 마음과, 진솔이 바라는 일을 함께 이루어주고 싶은 그 감정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냐는 건의 마음이 이도우 작가 특유의 다정다감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에 의해 한 올 한 올 풀려나간다. 서툴지만 성실하게 사랑을 맞이하는 진솔과 건의 이야기에 FM 라디오, 오랜 창가(唱歌), 등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해져 더욱 애틋하게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닫기
닫기
바로 선물하기
나에게 선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