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이미지
이전
소리는 두텁고 따뜻하며 그리움과 향수를 자극하는 악기, 때로는 통통 튀는 경쾌한 음색도 갖고 있는 하모니카.
재즈, 클래식, 팝, 가요 등 다채로운 레파토리를 연주하는 크로마틱 하모니카의 뮤즈 <레이 야마시타>의 솔직한 색깔의 하모니카 앨범.
앨범 선곡은 뉴에이지, 재즈 스탠다드 곡, 팝, 일본 가요의 여왕 미소라 히바리의 가요곡까지, 장르에 상관없이 명곡만을 담았다.
완급이 있는 선곡에, 정감 넘치는 음색, 약동감 넘치는 연주,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듯한, 다양한 음악으로 펼쳐간다. 앨범의 백미는 엔딩 곡이다. 음을 따뜻하게 감싸면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그녀의 청아한 하모니카가 인상적이다.
수록곡
Cavatina
영화 [디어 헌터]의 테마곡입니다. 멜로디가 정말 아름다워서 기타의 YUTAKA와 함께 마음을 담아 혼신을 다해 연주하였습니다.
2. Smooth Operator
보컬 샤데이 아두(Sade Adu)가 이끄는 영국 4인조 밴드 샤데이(Sade)의 히트곡입니다. 가성은 물론이지만, 이 곡은 인트로 뿐 아니라 곡 중에 나오는 색소폰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노래와 색소폰의 조합을 크로마틱 하모니카 2대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3. Smile
찰리 채플린이 작곡한 명곡입니다. 공연을 찾아온 관객들이 웃는 얼굴로 돌아갈 수 있도록 콘서트의 파이널 곡으로 연주하고 있는 곡입니다.
4. Umi wo Miteita Gogo (바다를 보고 있던 오후)
유민 (아라이 유미) 시절의 명곡. 요코하마에 이사온 후 이 곡이 더더욱 좋아졌습니다. 야마노테의 돌핀(레스토랑)도 마음에 드는 장소입니다. 소다수를 주문하면 매장내 BGM이 [바다를 보고 있던 오후]로 바뀝니다. <당신이 생각나요 이 가게에 올때마다. 비탈길을 올라 오늘도 혼자 와 버렸네. 야마노테의 돌핀은 조용한 레스토랑. 맑게 갠 오후에는 저 멀리 미우라곶도 보이고. 소다수 속을 화물선이 지나간다. 자그마한 거품도 사랑처럼 사라져갔죠. 그때 눈 앞에서 마음껏 울어버렸더라면. 지금쯤 둘은 여기에서 바다를 보고 있었겠죠. 창문에 빰을 대고 갈매기를 쫓던. 그런 당신이 지금도 보여요 테이블 너머로. 종이 냅킨에는 잉크가 번지니까 잊지 말라고 겨우 쓴 아득한 그 날>
5. Can’t Take My Eyes Off You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1967년에 발매된 프랭키 밸리의 노래입니다. 많은 뮤지션이 커버하는 명곡입니다. Boys Town Gang 버전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콘서트 앵콜은 바로 이 곡입니다.
6. Minor Song
장고 라인하르트와 스테판 그랏페리의 집시 스윙의 대표곡입니다. 시부야의 스트리트에서 우연히 외국인이 연주하는 집시 스윙을 듣고 멋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하모니카로 불어보고 싶어 도전했습니다.
7. Sky Color
맑게 갠 파란 하늘을 이미지 그리면서 곡을 지었습니다. 밝은 템포의 곡입니다.
8. Hanaenishi
2015년 쿠마노산잔 봉납 연주를 위해 작곡한 곡입니다. 벚꽃이 만개한 시기여서, 벚꽃과 함께 많은 인연이 맺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하나에니시”라고 이름지었습니다.
9. Kawa no Nagare no Yoni (흐르는 강물처럼)
콘서트 넘버원의 인기곡입니다. 미소라 히바리 선생님의 만년의 명작입니다. 하모니카의 표현력으로 얼마만큼 히바리 선생님의 가창력에 다가갔을까요....
10. Amazing Grace
찬송가 가스펠 명곡입니다. 게스트 보컬은 애니메이션 [NARUTO] 의 엔딩테마 [유성]을 노래하고, 전세계적으로 팬을 보유하고 있는 요코하마 출신의 가수이며, 현재 뉴욕에서 활약중인 TiA씨 입니다.
11. Invierno Porteno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겨울)
리베르탱고로 귀에 익숙한 아르헨티나 반도네온 연주자, 피아졸라의 악곡입니다. 2014년 F.I.H.JAPAN 하모니카 콘테스트 클래식 부문 1위를 수상했을 때 연주한 추억의 곡입니다. 언젠가 앨범에 수록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염원을 이루었습니다.
12. Georgia on My Mind
2017 요코하마 아사히 재즈 페스티벌의 라이브 녹음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베테랑 재즈 트리오와의 열정의 스테이지 녹음.
라이너 노트
대학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레이 야마시타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하모니카로 연주된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고전영화 <해바라기>의 주제음악을 듣고 단번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 흥분과 감동을 억제할 수 없었던 레이 야마시타는 일본 하모니카 연주의 1인자 도쿠나가 노부오에게 연락하고 오사카까지 직접 찾아가 그의 문하생이 되었다. 하모니카에 대한 열정과 두둑한 배짱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재능 많은 여성 하모니카 연주자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리 오스카, 뚜스 틸레망, 소니 테리, 토미 라일리, 지그문트 그로본 그리고 한국의 전제덕 등 우리에게 알려진 하모니카 연주인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하모니카처럼 입으로 부는 관악기는 몸속의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야하기 때문에 폐활량과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이 야마시타는 남성으로 기운 이 ‘하모니카 운동장’에서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오랫동안 플루트를 연주하며 폐활량을 키운 그는 하모니카의 오른쪽에 있는 레버를 누르면 반음 위의 소리를 낼 수 있어 재즈, 동요, 클래식, 민요 등 여러 음악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크로마틱 하모니카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이 마법의 악기에 대해 “소리는 두텁고 따뜻하며 그리움과 향수를 자극하는 소리를 가진 악기다. 때로는 통통 튀는 경쾌한 음색도 갖고 있다. 그런 자유로운 변화가 나를 매료시켰다”라고 칭송한다.
에서 우승을 차지한 레이 야마시타는 2016년에 데뷔앨범
로 대중과 만났다. 사람들은 첫 앨범을 통해 레이 야마시카의 정숙하고 나긋나긋한 이미지 속에 감추어진 열정과 약동하는 에너지도 감지할 수 있었다. 팬들과의 접점을 이룬 후, 일본에서는 2017년에 공개한 두 번째 음반
로 대중과의 거리를 더 좁히는데 성공했다. 이 음반으로 우리나라에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8년 8월에는 제6회 서울국제하모니카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레이 야마시타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처음 선보이는 음반이 바로 그의 2집
다.
데뷔앨범과 달리 두 번째 앨범
는 레이 야마시타의 공연 멤버들과 함께 작업해서 보다 편안하고 짜임새 있는 연주를 추출했고, 재즈와 클래식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는 연주팀 M.S.T.가 참여해 음악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펼쳤다. 앨범 제목처럼 ‘솔직한 색깔’이면서 ‘다양한 소리’를 담아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레이 야마시타와 연주인들의 뛰어난 플레이와의 호흡뿐만 아니라 완급조절과 안배이다. 격정적인 원곡과 아름답고 처연한 오리지널을 배합한 선곡은 레이 야마시타가 얼마나 많은 음악을 들었고 자기화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며 그 순서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배열했는지는 관악기 연주자로서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었던 호흡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 음반에 있는 순서대로 공연을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세트리스트가 될 정도로 선곡과 순서에 신경을 썼다.
레이 야마시타가 작곡한 밝은 분위기의 'Sky color'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존의 곡들을 되살렸다. 벚꽃이 만개한 일본의 봄날이 연상되는 ‘Hanaenishi’와 1950, 60년대 일본 최고의 배우 겸 가수 미소라 히바리가 부른 ‘흐르는 강물처럼’, 1970, 80년대를 대표했던 여가수 아라이 유미의 노래 ‘바다를 보고 있던 오후’는 정적인 동양적 감성을 고스란히 살리고 있으며 프랭키 밸리의 원곡으로 우리에겐 모튼 하켓의 음색으로 인기를 얻은 ‘Can't take my eyes off you’와 영국 출신 샤데이의 대표곡 ‘Smooth operator’는 원곡의 분위기에 맞게 흥겨운 터치로 무겁지 않게 다루었다. 탱고의 아버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쓴 ‘Invierno porteno(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겨울)’, 재즈와 집시 음악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기타 세계를 선보인 장고 라이하르트와 스테판 그라펠리가 작곡한 ‘Minor song’은 월드뮤직으로 접근해 이국적 정취를 익숙한 방법론으로 풀어냈다. 현명한 선택이고 탁월한 선곡이다.
영화 <디어 헌터>의 주제음악으로 쓰인 ‘Cavatina’와 생전 마이클 잭슨이 가장 좋아한 찰리 채플린의 작품 ‘Smile’은 익숙한 선율 때문인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친숙한 느낌이다. 미국의 명 작곡가 호기 카마이클이 작곡하고 레이 찰스의 노래로 더 널리 알려진 ‘Georgia on my mind’는 2017년 요코하마 아사히 재즈 페스티벌의 공연실황으로 녹음되어 있어 다른 수록곡들에 비해 과감한 편곡 때문인지 조금은 낯설게 다가오지만 레이 야마시타는 이 곡을 통해 자신의 연주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보컬이 들어있는 유일한 트랙 ‘Amazing grace’는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는 티아의 농축된 가창력으로 앨범의 후반부에 감동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이 모든 음악이 강함과 약함, 수축과 이완, 높고 낮음으로
를 다채롭게 채색하고 변주한다.
낯선 뮤지션이 들려주는 익숙한 음악처럼 모든 양극과 불균형은 이 세상이 돌아가는 근본적이고 원초적 에너지다. 하지만 그 속에 응축되어 있는 진정성은 언제나 빛을 발한다. 레이 야마시타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음악은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그만의 진심이 녹아있고 진실이 담겨있다.
는 이것을 증명하는 반갑고 흥미로운 음반이다.
2018/08 음악평론가 소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