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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시대는 바이올린 음악의 정서적 표현과 연주의 기교에 있어 찬란한 꽃을 피워 낸 시기였습니다. 연주자의 즉흥성과 독창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음악을 ‘말’하는 것처럼 연주했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번 음반에는 그 시대의 연주법을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바이올린 솔로 곡들로 모았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영혼의 세계를 극적으로 표출한 판타지아는 음악의 단순함으로부터 비상하는 자유를 선사하는 듯합니다.
반면에 화려하고 다양한 변주곡의 형식을 펼쳐나가면서도 끝없이 반복되는 베이스 성부에서 벗어나지 않는 파사칼리아와 샤콘느는 마치 그 자유로움이 결국 단순함으로 귀결됨을 말해주는 듯하고, 격정과 모험의 시간을 거친 후 영원속으로 날아돌아가는 우리 삶의 여정을 그려낸 듯한 곡의 진행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녹음한 곡들은 유한한 육체의 굴레를 벗어나 영혼 속의 영원성과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제 기도와도 같은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 추구하는 자유의 의미는 영원에 도달함으로써 비로소 얻게 되는 안식이라 생각합니다.
음악의 소리가 가진 그 영원한 가치를 찾는 일은 음악인으로서의 거룩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우주에 가득한 하모니, 별과 별 사이에 흐르고 있을 아름다운 멜로디를 상상해 봅니다.
그 천상의 소리를 향한 노스텔지어, 이것이 제 음악이 추구하는 본질입니다.
2019.4. 김진
* 사용악기: Jacobus Steine in Absam,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