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이미지
이전
천천히 걷는 그림책 『어느 날, 우리는』
그림책, 『어느 날, 우리는』이 출간되었다. 어느 날의 산책길에서 우연히 시작된 인연들처럼, 표지를 넘기면 길고양이 한 마리와 길을 걷는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쓰레기통 뒤에 쏙 숨은 고양이를 발견한 여자. 모든 관계가 그렇듯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지나며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떨어져 걷던 거리도 가까워지고, 이따금은 서로에게 아는 체도 해 본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관계를 맺고, 때로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 주며 살아간다. 어느 날, 벤치 아래에서 비를 피하던 고양이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주저 없이 곧장, 죽음을 받아들인 고양이의 모습은 한껏 가볍고 당당하며 그 속에는 어떤 불안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여자는 고양이가 남긴 몸의 가죽을 정갈하게 수습하고 나무 아래에 묻으며 조용히 애도한다. 죽음, 헤어짐, 이별. 목전에 닥치기 전까지는 화제에 올리고 싶지 않은 단어들이고 그렇기에 불안의 가중치를 더하는 주제들. 하지만 이 그림책이 죽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굉장히 솔직하고 신선해서, 갑자기 멘톨 향을 맡은 것처럼 묵직한 감정이 훅 가신다.
죽음. 그 뒤에는 무엇이 이어질까. 누구도 뭐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그 세계. 작가는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그 세계를 그려낸다. 고양이는 새가 되고, 돌고래로, 사자로, 또는 민들레 홀씨가 되어 세상을 누빌 수도 있다. 도심 속 지하철에서는 그런 민들레 홀씨를 알아보는 여자가 있을 수도 있다. 이별은 다시 볼 수 없기에 힘든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 그만큼 반가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작가가 건네는 결말이 유난히 고맙다.
닫기
수량감소
수량증가
12,600
원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총
1
개
12,600
원
카트에 넣기
바로구매
선물함에 넣기
바로 선물하기
나에게 선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