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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인을 사랑한 한 남자와 억압된 삶을 살아가는 한 여인의 욕망을 통해 욕망의 잔혹함을 섬뜩하리만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
투르게네프는 소설가로 명성을 얻어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 3대 문호의 한 사람으로 꼽히지만, 실제로는 시인으로 시작해 훗날 불후의 명작 산문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흔히 루트게네프를 가리켜 언어의 아름다움, 문체의 완벽성, 응축된 문체에 관한한 세계 문학에서 견줄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진정한 의미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투르게네프의 중·단편소설 세 편은 각각 '사랑의 고통', '욕망의 제어', '자기희생'이라는 메시지를 잘 살린 작품들이다.
<세 번의 만남>은 화자가 이탈리아 소렌토, 러시아 시골 그리고 페테르부르크에서 아름다운 한 여인과 계속해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사건을 그린다. 주인공의 심리와 사랑, 절망이 환상적인 필치로 섬세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특히나 자연 묘사는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파우스트>는 결혼한 여인에 대한 한 남자의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과 그러한 사랑이 가져온 파멸적인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욕망의 제어와 포기의 의무를, 그리고 시를 처음 접하면서 상상력에 자극받게 된 한 유부녀에 대한 사랑을 얻누르지 못한 화자의 참담한 파국을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유부녀였던 비아르도 부인을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던 투르게네프 자신의 실제 경험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욕망과 희생, 사랑에 관한 예리한 관찰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인간의 문제를 심오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상한 이야기>에서 여주인공 소피는 자기희생이라는 독특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신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소피가 물론 당시의 진보적인 러시아 여성을 대표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인간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려는 정신, 모든 인연을 끊을 수 있는 결단력,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 등은 투르게네프 후기 창작에 등장하는 적극적인 여성형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