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집 상구]
책을 집어 들면 커다란 카메라가 불쑥 다가온다. 위아래로 렌즈가 둘 달린 고풍스런 필름 카메라다. 그 옆에서 아이가 사진을 매달고 있다. 암실에서 현상한 사진을 줄에 걸어 말리는 모습은 필름 카메라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책을 펼치면 흑백사진이 담긴 낡은 상자가 보인다. 누군가 조그맣게 탄성을 지른다. &ldquo아, 이게 여기 있었구나. 참 오랜만이네.&rdquo 누렇게 바랜 사진 속에서 서너 살 남짓한 꼬마가 바둑이와 나란히 앉아 활짝 웃고 있다. 바로 이 아이가 상구, 사진관집 상구다.
《사진관집 상구》는 지금으로부터 오륙십 년 전인 &lsquo가까운 옛날&rsquo을 다룬다. 1960년대의 아이 상구가 이제는 귀밑머리 희끗한 젊은 할아버지가 되어 오늘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 1960년대 흑백사진들을 길잡이 삼아 이야기를 만들어 엮은 특별한 그림책이다.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담은 빛바랜 사진과 그 시절을 재현한 아기자기한 그림들, 기억을 떠올리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정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정겨운 조화를 이룬다.
[스티커별]
스티커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교실 이야기
마코는 삼 학년이 되자 야구 모자를 쓰기 시작했어요. 스티커 때문이에요. 담임 선생님은 시험을 치러 백 점을 맞은 아이에게 스티커를 줍니다. 은빛 별 모양 스티커가 참 멋져요. 아이들은 야구 모자에 스티커를 붙이고 다녀요. 마코네 모둠은 마코, 요시코, 잇페이, 신이, 이렇게 넷인데, 네 친구의 모자에 붙은 스티커 수는 모두 달라요. 어느 날, 선생님이 백 점을 받아도 같은 모둠에 빵점을 받은 친구가 있으면 스티커를 주지 않겠다는 규칙을 새로 만들면서 마코네 모둠이 시끌시끌해져요. 《스티커별》은 우리 교실에 정말 있을 것처럼 친근하고 생생한 주인공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가슴 뭉클한 장면들 속에 우정, 자존감, 정체성 등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나에게도 스티커별이 붙어 있지 않나요?
어린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맥스 루케이도의 《너는 특별하단다》에서는 나무 사람들이 서로에게 금빛 별표와 잿빛 별표를 붙여 줍니다. 그러다 주인공 펀치넬로가 별표가 붙지 않는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요. 《스티커별》의 신이도 그런 친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신이는 야구 모자도 쓰지 않고 늘 싱글벙글하고 처음 가져 본 스티커를 변기에게 붙여 주지요. 마코와 친구들은 선생님의 교탁 서랍 속에서 스티커별 5239개를 발견하곤 할 말을 잃습니다. &ldquo우리 선생님은 시험을 이렇게 많이 보려나 봐.&rdquo 정말 세상에는 스티커를 붙이고, 붙여질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럴 때 스스로와 서로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스티커별》입니다.
[유머 삼국지]
기본적으로 원작을 비틀고 진지한 인물의 색다른 면모를 강조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의 시의성을 담은 블랙유머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여행을 떠난 주유와 노숙이 도원결의를 맺었던 장소를 둘러보다가 바가지를 쓰는 에피소드에서는 오늘날 여행지에서 흔히 겪는 불쾌한 경험을 떠올리게 되며, 조조가 책사를 200명이나 불러놓고 아침 식사나 바지 입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붙이는 장면에서는 소모적인 논쟁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생각하게 된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엉뚱한 말장난이나 슬랩스틱도 자주 등장하지만 블랙유머도 심심치 않게 나와 지적인 유희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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