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이미지
이전
◆ 이 책은…
뉴욕타임스 부음 기사에 실린 지상의 아름다운 별들에 관한 기록
행장(行狀, Obituary)
죽은 사람의 주변 인물이 성명ㆍ자호ㆍ관향(貫鄕)ㆍ관작(官爵)ㆍ생년월일ㆍ자손록 그리고 평소의 언행 등을 서술하여 후일 사관(史官)들이 역사를 편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료
‘행장(行狀)’이 갖는 사전적 의미다. 죽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짧은 일대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신문 부음란의 주인공은 화려하게 살다간 이와 그 주변 사람들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분야의 유력자나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부음의 대부분이다. 본인의 이름 외에 ‘한국은행 국장 처삼촌’이나 ‘청와대 비서관 장모’ 식의 부음도 자주 볼 수 있다.
부음의 범위가 이렇게 하늘의 별에만 한정된다는 사실, 뭔가 씁쓸하고 아쉽다. 길게 실린 부음 속에 나타난 특별한 사람들의 흔적을 보면 “과연 이런 글이 후세에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 책은 반대편에서 출발한다. 출세하고 성공한 ‘하늘의 북극성’이 아니라 묵묵히 빛을 발하다 사라진 ‘지상의 아름다운 별들’에 주목한다. 영어로 오비츄어리(Obituary)로 불리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소개가 주된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뉴욕타임스〉 부음란에 실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시기적으로는 2011년도 사망자가 중심이다.
〈뉴욕타임스〉의 부음을 참고로 한 이유는 그 어떤 곳보다 지상의 별에 주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부음 섹션은 미국 지식인이라면 빼놓지 않고 읽는 글이다. 잘난 사람이 아닌, 열심히 세상을 살다간 사람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 독자들이 너무도 열심히 읽는 탓에 ‘부음 기사 중독(Obituary Addiction)’이라는 말도 일반화돼 있다. 보통 하루에 2, 3명씩 등장하는 〈뉴욕타임스〉의 부음 섹션은 미국인, 아니 인간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인생, 보람찬 인생, 배우고 싶은 인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이 책에 등장하는 30명의 주인공은 인간 개개인이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과 아름다움이 무한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그런 점에서 세파에 찌들려 자신조차 잊고 지내던 삶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죽음을 통해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자는 스토이시즘(Stoicism)적 발상도 빼놓을 수 없다. 죽음 앞에 대통령, 백만장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는 식의 다소 천편일률적인 그러나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진리’가 이 책에 담긴 메시지다.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앞서서 준비하자는 것도 스토이즘의 한 영역이라 볼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인간 모두가 나름대로의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냥 아무 준비 없이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마침표와 죽음의 출발점을 기록하자는 것도 출판의 이유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이 아닌 삶을 이야기한다.
지구 전체 인구를 60억, 인생을 대략 60세라 볼 때 1년 평균 1억 명, 하루 평균 약 30만 명이 세상을 떠난다. 그 많은 사자(死者)들 가운데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이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해서는 논의할 필요가 없다. 무명의 작은 별들이지만 적어도 어두운 밤길을 비출 정도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들은 우리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한국 역시 그 어떤 나라에 못지않게 지상의 별들로 가득 찬 곳이다. 하늘의 별이 너무 많아, 역설적으로 지상의 별들이 더더욱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묵묵히 한국을 빛내고 한국 사회를 살 만하게 만든 지상의 수많은 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 책을 통해 2만 5,000일 남짓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고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문 중에서
당나귀 사랑에 빠져 42년 간 보호운동을 하는 동안 안팎에서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기아로 굶어죽어 가는 사람도 있는데 무슨 당나귀? 노인과 젊은이, 배고픈 어린이에게 먼저 돈을 보내야 한다.” 1호로 구입한 ‘장난꾸러기 얼굴’ 이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들어야만 했던 일관된 비난이다. “나는 당나귀를 사랑한다. 그것이 내가 해야만 할 일이라고 믿는다.” 스벤슨의 반응은 항상 간단하다.
- 엘리자베스 스벤슨
“그는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미소를 만들어 줬다.”
2012년 8월 22일 <워싱턴포스트> 지 1면에 실린 부음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주인공은 피터 비스. 워싱턴 국회의사당과 유니온스테이션 역사(驛舍)를 오가며 홈리스로 살아온 인물이다. <워싱턴포스트>에 의해 ‘무명의 대학자(Rootless savant)’로 명명됐다. 주소는 물론 전화번호나 직업도 없이 20여 년 이상을 홈리스로 살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 피터 비스
잭 케보키언은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평생을 산 사람이다. 시작은 199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렌곤주의 초등학교 교사 자네트 앳킨스(Janet Adkins)가 차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케보키언은 즉시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앳킨스의 죽음을 알린다. 그는 알츠하이머에 시달리던 앳킨스에게 독극물을 놓아 사망케 했다고 말한다. 증거물로 비디오를 첨부해서 제출한다. 잭은 1급 살인혐의로 곧바로 체포된다. 그러나 앳킨스의 가족은 기자회견을 열어 앳킨스 본인의 의지로 목숨을 끊기를 원했고, 케보키언은 앳킨스를 도운 고마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안락사 문제가 미국 전역에서 여론된 첫 번째 사건이다.
- 잭 케보키언
예지 비엘레츠키는 20세기 폴란드가 겪은 시련의 역사를 되새겨주는 인물이다. 아우슈비츠 출신이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에 끌려온 지 3년 만인 1943년 가을, 곡물창고의 허드렛일을 도우러 온 유태계 폴란드 여성, 틸라 치불스카(Tzila Cybulska)를 만난다. 이때부터 목숨을 건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건 둘은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탈출. 누구도 시도해본 적 없는 죽음을 담보로 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총살을 당하더라도 함께 죽는다면 그들은 행복하다고 믿었다. …… 그리고,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나온 첫 번째 연인 탈출자가 된다.
- 예지 비엘레츠키
케이스 텐트링걸(Keith Tantlinger)의 이름 앞에는 ‘글로벌ㆍ국제화ㆍ산업화ㆍ선진화’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컨테이너를 발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텐트링걸이 컨테이너를 만들면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수많은 컨테이너를 한꺼번에 이동할 수 있는 ‘경제성’이다. 1958년, <뉴욕타임스>는 텐트링걸이 고안한 컨테이너를 ‘첨단기술의 상징’이라 보도한다. 컨테이너가 등장하면서 미국은 무역대국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다. 단순한 철제박스에 불과한 컨테이너가 세상을 엄청나게 변화시킨 것이.
- 케이스 텐트링걸
이준구씨는 ‘준리 태권도 검은띠 유단자’를 싸움꾼이 아닌 공부와 교우관계의 유단자로 만들었다. 인간 심성의 목표를 지덕체(智德體) 순서가 아닌, 체덕지(體德智)에 둬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좌우명이다. 몸을 닦으면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고, 결국 지혜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이준구씨는 1965년 이후, 숨지기 3년 전인 127세까지 화ㆍ수ㆍ목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미국 국회의사당 내 도장에 적어도 한 번은 출근을 했다. 그는 의사당 내 레이번빌딩 전용 체육관내에 태권도 훈련도장을 운영해 왔다. 지금까지 도장을 거쳐간 의원만 해도 하원의장 10명을 포함해 모두 350명에 이른다. 이준구씨는 태권도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122세 되던 해인 205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다. 노벨평화상 수상식장에서 보여준 1분간 팔굽혀펴기 50회 연출은 노벨상 시상식 역사상 최대의 퍼포먼스로 평가된다.
- 이준구
♣ 저자 소개 - 유민호(劉敏鎬)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서울방송(SBS) 기자로 일하다가 1994년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 15期로 입숙해 5년 과정을 마쳤다.
일본 통산성 연구원, 미국 딕 모리스 Vote.com의 아시아 담당 디렉터를 담당했다. 현재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에너지, IT 컨설팅 전문기업인 <퍼시픽 21>의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해외 저서로 ⟪백악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일본 신조신서新潮新書), ⟪중국 소프트파워⟫(일본 PHP출판), ⟪레드 가이드북⟫(중국 외교출판사) 등이, 국내 저서로 ⟪미슐랭을 탐하다⟫⟪뛰면서 꿈꾸는 우리⟫⟪E-Politics⟫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