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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글자동물원
절대 이 책릉 거꾸로 꽂지 마시오 문이 곰릉 열고 탈출할 수도 있믕 _ 「른자동롬원」 이 시의 마지막 행을 읽고 곰이 문을 열어야지 문이 곰을 열다니, 이거 인쇄가 잘못된 거 아냐? 하고 생각한 당신은 멀쩡한 어른입니다. 이성과 교양과 합리적인 판단력을 갖춘 훌륭한 사회 구성원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반면 잠시 고개를 갸우뚱한 후에 책이나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 보고 아하, 하고 웃은 당신은 조금 이상한 어른입니다. 아니면 어린이입니다. ‘문’이나 ‘곰’ 같은 명사보다는 ‘릉’이나 ‘믕’처럼 중요하지 않은 글자를 먼저 읽는 당신에게 세상은 다소 냉담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삶을 풍요롭고 살 만하게 하는 것은 그 모든 작고 사소하고 이상하고 엉뚱한 일들이며, 그것들은 멀쩡한 글자를 ‘괜히’ 뒤집어 보는, ‘시인’의 눈에 의해서만 발견된다는 것을.
[도서] 오리 돌멩이 오리
금 간 마음을 여미는 노란 단추 같은 책 마음을 다해 기르고 싶은 말이 가득한 이안 시인의 새 동시집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른자동롬원」을 비롯해 부드럽고도 힘차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주는 작품들로 동시의 세계를 꾸준히 넓혀 온 이안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 현란한 수식을 더하기보다 세심하게 깎아 내고 덜어 내는 데 공을 기울인 시구들은 ‘동시’라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간명하게 쓰인 시에는 우리 스스로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보듬게 하는 힘이 있다. 읽는 이의 은은한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제각기의 모습으로 자라날 말이므로 “기르고 싶은 말”(「사월 꽃말」)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동시란 결국 “마음이 금 간 곳”을 여며 주기 위해 피어나는 “노란 단추”와 같은 것임을, 그렇게 “갖고 싶은 말”로 태어나는 것임을 이안 시인은 동시로써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