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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25년 전에 죽었다. 첫딸인 작가는 그 후 엄마에 대한 글을 쓰고 지우고 계속 다시 썼다. 애초에 초고는 이 책의 세 배 분량이었다. 하지만 여행이란 겉옷을 둘러입고 마음속 엄마를 만나러 간다는 설정은 엄마 때문에 아팠고 슬펐고 무서웠던 시절을 직면하지 못하게 했다. 똑바로 직시해야만 엄마를, 그리고 어린아이인 나를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겹겹의 이야기를 지우고 다시 썼다.
여러 작가가 자기 부모에 대해 기록할 것을 다짐하며, 내가 겪은 일이고 디테일이니 저절로 풀려나올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부모는 서슬 퍼런 눈빛으로 한때는 자식을 집어삼키려 했던 존재다. 자녀인 나의 마음은 그와 달라 끝끝내 미워하지 않고 이해해보려 하지만, 그 집요한 사랑의 마음은 내 상처를 먹고 자라난 것이기에 쉽게 내보일 수 없다.
엄마는 실향민으로 북에서 내려와 서울의 공동주택 단칸방에 정착했고, 일 없이 ‘밥만 축내는’ 남편을 원망하며 삼남매를 키웠다. 아득바득 일구는 삶은 쩌렁쩌렁 동네를 울리는 목소리와 남의 집도 내 집 드나들듯 하는 몰염치, ‘다라이’를 이고 두부장수를 하며 밤에는 시장 사람들 상대로 일수놀이를 했던 거친 돌덩이에 비유할 수 있으려나. 하지만 죽고 나서 염을 할 때 자식들은 알게 된다. 조선백자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죽어서 그 온전함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이제 노년에 막 들어선 저자가 도무지 나일 수 없었던 삶을 기록하며 엄마와 나의 관계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회상한 것이다. 장례를 치른 지 수많은 세월이 흘렀고 작가는 이제 엄마가 죽은 그 나이에 들어섰지만 열 살 때 생을 포기하려고 갔던 한강의 물결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생과 사는 어떤 경우 결코 삶의 매듭점이 되지 못한다. 마음이 그걸 흘려보내지 못하는 데다, 몸 구석구석에도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방송 구성작가를 하면서 여러 다큐 프로그램의 대본을 쓰고 제작도 했다. 타인의 삶은 내 삶이 아니니 좀 쉽게 쓰고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삶에 관한 한 그렇게 안 된다. 울고, 지우고, 다시 썼다. 이 책을 내놓는 이유는 결국 그런 엄마지만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엄마와 얽혔던 나를 한번 정리해내지 않고는 내 삶의 더 큰 한 발짝을 내딛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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