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엔 읽어야 할 책도, 해야 할 공부도 너무 많아! 그래서 나에겐 늘 시간이 부족해. 나? 이웃들은 나를 똑똑한 늑대라 부르며 자꾸 뭘 가르쳐 달라고 귀찮게 해. 그런데 이렇게 바쁜 나에게도 반드시 여행을 떠날 일이 생겨버렸어. 자기만 알던 똑똑한 늑대에겐 친구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작지만 똑똑한 늑대는 세상의 수많은 지식을 알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앞으로 연구해야할 별과 식물들도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죠. 이웃 친구들은 늑대에게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나누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늑대는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왕이 늑대에게 다급히 도움을 청했어요. 너무나 간절한 부탁에 평소처럼 냉정하게 뿌리칠 수가 없었지요. 늑대에게는 여전히 책을 읽고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한 번 떠나보기로 결심했어요. 우리도 늑대처럼 홀로 모든 걸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자신만만한 때가 있습니다. 누구의 충고나 도움도 필요치 않고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이 만능이라고 믿는 ‘오만함’이 자라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막상 시간이 흐르고, 예상치 못한 많은 위기를 겪다보면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착각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이루고 있는 사회에서는 서로 긴밀한 ‘협동’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누구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가기 힘든 법입니다. 왕에게 이르는 작고 똑똑한 늑대의 여정은 끝은 어떻게 될까요? 과연 늑대는 자기만의 뛰어난 지혜로 거뜬히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올까요? 가장 어리석은 여행 끝에 가장 큰 지혜를 얻게 되는 늑대의 이야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예요.
암스테르담 대학교에서 네덜란드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와 시를 창작하면서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고 똑똑한 늑대의 좀 어리석은 여행기’의 그림을 그린 하네커 시멘스마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네덜란드어를 공부했습니다. 네덜란드 유아 대상 다문화 교육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평창올림픽 기획 전시 '겨울 문학 기행' 관련 네덜란드 동화책의 번역을 일부 담당했습니다.
네덜란드 그림책의 아름답고 몽환적인 색채가 만든 늑대의 성장 여행기 어린이 마음에 우정과 겸손의 철학이 깃들게 하는 깨달음의 이야기 네덜란드 그림책 특유의 회화적인 느낌이 잘 살려진 책입니다. 비가 내리는 잿빛의 배경은 자칫 어두워질 수도 있는 책 전반의 분위기를 은은하게 받쳐주며 이야기를 서서히 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여행 내내 답답하고 막막한 늑대의 마음이 마침내 왕에게 이르렀을 때 명쾌한 깨달음으로 변할 때까지 책에 표현된 색감들은 몰입을 이끄는 중심적인 힘을 갖습니다. 무표정한 듯 심심한 늑대와 친구들의 얼굴은 오히려 마음을 짐작해보고 상황을 그려내는 상상력이 발휘되는 데 좋은 조건이 되기도 하지요. ‘우정’만큼 어린이가 서툴게 눈뜨고, 반대로 가장 쉽게 배우게 되기도 하는 감정은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서로 어떤 예의범절을 지키며 친해져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무턱대고 상대방의 영역에 침투하지요. 하지만 그 영역 안에서 자신의 것도 타산 없이 함께 나누어 주는 순진무구의 무질서가 삶에서 최초로 배우는 우정의 원리일지도 모릅니다. 늑대와 이웃 친구들처럼 혼자 풀어낼 수 있는 문제를 다른 사람도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때론 홀로 머리를 싸매고 궁리하는 것보다는 함께 고민해보자고 선뜻 내미는 친구의 손을 주저 없이 잡는 것. 모두 긴밀하게 이어진 공동체 안에서 진짜 지혜는 그런 우정을 마다하지 않고 서로 마주보는 것에서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