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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배낭여행 책을 발간한 정신 나간 저자와 출판사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김영익 교수는 ‘요즘 시기에 여행 책을 내는 저자를 보고 경제 논리로 보면 정신 나간 일이다. 그러나 그 사내에게 선망을 보낸다’고 말했다. 책을 집필한 저자는 28년간 증권사에 근무한 임원으로 현재 퇴임했다. 또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는 현직 은행원이다. 그 누구보다 계산기를 두드려 수익을 계산하고, 손해 볼 장사를 하지 않는 일에 체화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돈 버는 법, 부자 되는 법’의 금빛이 아닌 별빛을 좇아간다. 저자는 은퇴 후 퇴직금을 불릴 수 있는 투자처를 알아보거나 명예를 얻을 수 있는 두 번째 직업을 찾는 것이 아닌 배낭여행이라는 불확실한 길 위에 자신을 던졌다. 자신이 평생 구축해온 금융 전문가적인 역량이 전혀 필요 없는 ‘저가 항공권 구매법, 에어비앤비 예약하기, 구글 위성으로 길 찾기’ 등. 무지의 영역을 취업 준비 하듯 공부했다. 청년에겐 쉬운 것이 중년에겐 위축된 채 학습해야 할 신종 과목이라고 말한다.
여행 인플루언서, 여행 작가가 아닌 ‘라떼는 말이야’ 그냥 아저씨의 여행기
전립선 때문에 비행기 통로 좌석을 예약하고 낯선 타지에서 밤마다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조금 불편한 여행이기에, 젊지 않은 몸이지만 ‘호기심만은 늙지 않게 해 달라’ 기도한다. 연착된 공항에서도 여행지를 가지 않고 소설, 영화, 그림을 찾아보는 시간도 여행 중이라고 말한다.
사서 고생하는 중년의 배낭여행은 20개국에 이르렀다. 이 책은 저자가 은퇴 직후 무작정 떠난 몽골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미얀마, 유럽, 스리랑카, 모로코에서 깨달은 인생을 닮은 여행 이야기를 담았다. 독자들은 여행 에세이를 가장한 인문학책을 읽은 느낌이라고 평한다.
이민성 발행인은 써본 글이라고는 일기와 연애편지뿐인 저자와 현직 은행원인 두 사내가 직장인, 아들, 남편, 아빠라는 이름표가 아니라 양복 주머니 속 숨겨놓은 원형의 자아를 꺼내 보인 책이라고 했다.
저자 임병완은 페이스북, 유튜브 계정도 없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여행지의 역사와 기후, 지리 정보를 얻고 영화와 소설로 정서를 읽는다. 관광지의 풍광을 찍는 대신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의 불확실하고 불편한 배낭여행을 경험하는 것에 집중한다. 타인과 공유하기 위한 여행이 아닌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여행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직 은행원인 일러스트 작가는 일이 바쁜 틈에도 그림을 계속 그렸다. 일에 자신을 90% 내주었다면 10%는 자신이 행복한 걸 지키고 싶어서였다고 말한다. 꼰대라고 불리는 아저씨란 종족은 무엇으로 행복할까? 저자는 ‘속도보다 방향을, 즐기려는 의지를, 행복은 발견하는 것임을,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 인생의 길에 꼭 필요함을 여행을 통해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