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이미지
이전
과학과 역사, 상식과 가십을 넘나드는 ‘별난 여행’의 기록
5년에 걸쳐 10개 국가의 40개 도시, 44곳의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한 조류학자의 별난 기행문이다. 캐나다의 저명한 조류학자 글렌 칠튼은 멸종되어 존재하지 않는 새의 표본을 찾겠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래브라도(Labrador) 까치오리. 저자는 까치오리의 표본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역사, 지리, 사회, 문화 등 해당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유쾌하기 그지없는 어투로 보여준다. 남이 보기에는 실속 없고 정신 나간 듯한 목표를 추구하면서 겪은 고생담이기에 각종 여행기와 이국적인 영상의 홍수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의 ‘어쿠스틱’은 미화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여행임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독자들은 간간이 웃음을 유발하는 저자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읽는 한편, 까치오리 박제표본 55개와 까치오리 알 9개에 얽힌 과학적ㆍ역사적 사실도 알게 된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서 구미 권의 40여 개 도시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들을 알게 되는 것은 덤이다. 도시들에 대한 촌평도 익살맞다. 이 책의 독자, 특히 자녀를 둔 부모라면 올해 유럽ㆍ북미 여행 중에 미술관 외에 자연사박물관을 추가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다루는 주제는 역설적이다. 멸종한 까치오리의 이야기는 일종의 죽은 자연사다. 인류의 사냥으로 사라진 생물의 흔적을 추적하는 후회 섞인 회고록이다. 물론, 선대 인류가 저지른 잘못이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은 선대의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은 눈에 보이는 자연보다는 점점 더 작은 단위인 유전자와 DNA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일에서나 그렇듯이 균형이 필요하다.
'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 영상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