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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년 차. 이유 없이 찾아온 혼란의 시간. 그리고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 내 남편의 여자. 쇼윈도 부부도 아니다. 그렇다고 죽고 못 살만큼 알콩달콩 한 관계도 아니었다. 서로의 생활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인정해주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상적인 부부사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한국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강은. 어느 날부터인지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부부관계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환자와의 불화로 인한 부당한 발령.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파국까지 치닫던 옛 연인과의 재회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 기묘한 말기 암 환자가 그녀를 좀먹는다. 자신의 상처를 들킬까 두려운 강은과 제대로 된 현재를 살고 싶었던 주헌.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 더욱 아팠던, 그날. 전례 없던 호우가 내렸던 그 날. 우리는 다른 하늘 아래 흠뻑 젖어 숨을 참았다. <이하 본문> “똑바로 눈 떠. 넌 미쳤어. 네가 허락해야 할 남자가 누군지, 똑똑히 봐.” “난 미치지 않았어! 난 곽시유와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날 잔인하게 짓밟은 건 당신이잖아! 날 죽이려 하는 건 너잖아, 임주헌!” 가스 불에 올려 둔 주전자에서 날카로운 소음이 울려 퍼져 공간을 긁는다. 심장을 좀먹는 고통스러운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이 감정조차도, 사랑이었다. 그가 무너졌다. 커다란 남자가 작은 여자 위로 부서지듯 무너졌다. 그녀의 피맺힌 손목을 모아 쥐고, 제 뺨을 향해 날린다. 철썩,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그녀의 힘없는 손바닥이 멈칫하며 주저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한 손에 쥐고도 틈이 남는 가느다란 손목을 힘주어 잡아, 제 뺨을 가차 없이 후려쳤다. 한번, 두 번, 세 번. 마찰음이 높아질수록 붉어지는 그의 뺨. 결국, 강은이 울음보를 터트리고 그의 어깨는 파르르 떨렸다. “그냥 때려. 차라리 머리채라도 쥐고 욕이라도 해. 날 죽여버리고 싶다고. 쓰레기라고 소리라도 쳐! 포기하지 말고, 나를 보라고!” 현관 비상등 불빛이 조용히 깜빡인다. 너무 놀라 어리둥절한 누군가의 눈동자처럼, 그것은 조금 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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