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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짐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꼭 이곳에 다시 오겠노라고.”
그리하여 내달린 1800km, 그 여정이 가져다준 모든 찬란한 순간들
꼭두새벽부터 받은 두꺼운 메이크업과 헤어를 인천공항의 한 칸짜리 샤워실에서 열심히 지우고 씻어 내며 시작되는 이들의 여행. 결혼식의 묵은 피로감을 후련하게 날려 버린 이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혼자서는 세 번이나 다녀왔다는 미서부이다. 주변 사람들은 신혼여행인데 기왕이면 새로운 곳에 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의문을 던졌지만, 이들이 에메랄드빛 해변보다 흙빛 텁텁한 공기를 머금은 미서부 대자연을 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2년 전 작가 온정은 혼자 미서부로 떠났다. 그토록 꿈꿔 왔던 그랜드캐니언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신이 빚어 놓은 듯 광활하게 펼쳐진 주황색 협곡 위로 구름의 그림자가 지나가고, 아찔하게 패어 있는 골짜기가 저마다 그 기세를 자랑했다. 믿을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에 그녀는 다짐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꼭 이곳에 다시 오겠노라고. 그렇게 부부라는 이름으로 떠난 1800km 로드트립. 평생 남으로 살아온 둘이 하나가 되어 금세 미국 땅에 와 있다는 사실도, 결혼이란 큰일도 아직 실감하지 못했는데 눈앞에는 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정신없이 펼쳐졌다. 광활한 대자연의 웅장함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고, 애리조나의 끝없는 사막을 운전하는 순간에도 당장 내려 잡아 두고만 싶은 그림들이 연이었다. 익숙한 듯 익숙해지지 않는 그곳에서 매번 헤매며 머리와 맘을 맞대야 했고, 쩍쩍 갈라지는 피부와 진하게 자리 잡은 다크서클은 덤이었지만, 아로새겨지는 감정들만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이 특별했다. 그렇게 반짝이던 하루가 저물고 밤하늘에 총총 박힌 별을 바라보는 고요한 순간이 찾아올 때면 그려 보았다. 우리로 살아가며 마주할 수많은 삶의 조각들을.
『미서부, 같이 가줄래?』는 낭만과 여유가 가득한 휴양지를 뒤로하고, 광활한 미서부 대자연을 신혼여행지로 택한 이들이 펼치는 달콤 짠내 가득한 이야기를 통통 튀면서도 솔직한 언어로 담아낸 에세이이다.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듯, 신혼여행은 마냥 설레는 다른 여행과는 달리 겨우 큰 행사를 마쳤다는 안도감, 정신없는 와중에 눈코 뜰 새 없이 떠나는 노곤함, 다녀와서 살아 내야 할 현실에 대한 막막함 등을 함께 안고 떠난다. 이들 역시 눈앞에 펼쳐지는 아득한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그것이 마치 앞으로 펼쳐질 삶의 아득함인 양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물음들에 마주 서야 했으며, 부부라는 새로운 이름에 적응해야 했다. 그 여정에서 “보고, 듣고, 사랑하고, 아프고, 고민하고, 회상하고, 후회했던 모든 감각”을 기록해 담았다. 다음 포털사이트 메인에 여러 차례 올라 누적 조회수 62만을 기록할 만큼 많은 이에게 사랑받았던 브런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새로이 엮었다. 글 하나만으로도 열흘의 여정을 단숨에 끌고 나가는 온정만의 매력이 넋을 빼놓는 미서부의 풍경과 더해져 더욱 찬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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