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나무를 심기로 결정할 수가 없었다. 평생 꽤 많은 나무를 심었으니 특정한 나무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이곳에서 새롭게 순환을 시작하는 것에, 생명의 바퀴를 새로 굴려 욕심 많은 죽음에게 바칠 새로운 먹이를 키워내는 일에 저항했다. 그러고 싶지 않다.이 자리은 비워둬야 겠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내가 해자 곁의 숙소에 머문다는 사실이었다. 음식점 겸 여관인 '금발 독수리' 주막의 내가 묵는 방 창문 앞으로 저녁에 밤새도록 붉은색과 흰색 꽃들이 피어있는 수많은 밤나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눈이 이런 호사를 누릴 수는 없었다. 겉으로는 말라 보이는 성 외곽 해자에 이끼로 덮인 초록색 바닥에는 아직 습기가 남아 있
나무는 언제나 내 마음을 파고드는 최고의 설교자다. 나무들이 크고 작은 숲에서 종족이나 가족을 이루어 사는 것을 보면 나는 경배심이 든다. 그들이 홀로 서 있으면 더 큰 경배심이 생긴다. 그들은 고독한 사람들 같다. 어떤 약점 때문에 슬그머니 도망친 은둔자가 아니라. 베토벤 이나 니체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킨 위대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