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렇게 말하는데도 난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당신은 내 허리춤에 있는 가방에 손도 대지 않았어. 가방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아. 당신은 나를 밀어 깨진 유리를 밟고 지나 계단을 향해 가게 한다 . 난 절실한 마음에 뒤죽박죽이 된 성모송을 암송하며 주차장에 누가 있는지를 살핀다. 창문도 살핀다. 창녀든 포주든 유리창 밖으로 얼굴을 내민 테리든. 하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당신 말이 옳다. 지금 내가 도망간다면 , 여기에 있는 누군가가 나를 추격하자고 제안한다면 하나였던 문제가 두 개로 늘어난다. 그때부턴 전혀 다른 얘기가 되는 거다. 지금 허리에 차고 있는 전대는 어쩌고? 이걸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P.266 중에서
나를 떠나는 게 그렇게 쉬울 줄 알았어? 당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 넌 단순히 나에게서 도망치는 게 아니야. 이제 경찰에게도 쫓 기는 신세가 될 테니까. 다들 너를 잡으려고 안달이 났는데 어디까지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아? 누가 먼저 찾을까? 놈들일까? 아니면니 나일까? P.266 중에서
그때 난 화를 참지 못했고, 아내는 사라졌다. 아니면 그 전에 들었던 예감이 맞는지도 모른다. 무언가가 정말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예감. 어찌 됐든 간에, 나도 다 안다. 난 폭력을 휘두른 남편이고, 아내 소유의 집에 얹혀사는 남자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동시에 얻을 게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왠지 나에게 굉장히 불리한 상황 같다. P.49 중에서
넓은 실내 공간 여기저기에 대학을 갓 졸업한 것 같은 이들이 보인다. 하나같이 커피가 든 종이컵을 쥐고 있거나 맥북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모두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예상 못 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그런 쪽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망치는 사람이 숨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자기 세계에 심취한 밀레니얼 세대가 바글대는 이곳에서, 나이 서른이 넘은 사람은 누구든 투